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과 '동남아 아마존' 지분 축소
SCMP "규제 폭풍 견디기 위해 방대한 기술제국 규모 축소"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최대 기술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가 새해 발전 전략으로 중국 당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견디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몸 낮추기 (low-key)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기업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텐센트의 2022년 전략에 대해 "중국 당국의 규제 폭풍을 견디고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원을 얻기 위해 방대한 기술 제국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기업 전문가들은 텐센트가 이러한 몸 낮추기 전략에 따라 올해는 중국 당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 상황에서 투자비 회수를 확대하고 기업 인수를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전문가들은 텐센트의 창업자인 마화텅(馬化騰·포니 마) 회장이 지난해 말 임직원들과의 송년 행사 발언에서 몸 낮추기 전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 매체 완뎬(晩點)에 따르면 마 회장은 지난해 말 회사 송년 행사에서 "텐센트는 국가 발전 속에서 혜택을 본 보통의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절대 무슨 인프라 사업자 같은 것이 아니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앞으로 텐센트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는 가운데 조력자 및 연결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마 회장이 중국 당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 상황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고 당국의 정책 방침에 순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미 텐센트는 자사가 보유한 중국과 동남아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지분을 축소하는 등 이미 몸 낮추기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11일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씨(Sea)'의 지분을 21.3%에서 18.7%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씨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기업으로, 전자상거래 이외에 게임과 핀테크 사업도 한다. 텐센트는 이번 지분 축소에 대해 "지분 매각 자금으로 다른 투자와 사회 프로젝트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씨 지분 2.6%의 가치는 32억 달러(약 3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앞서 텐센트는 지난해 말에는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JD.com)의 지분을 17%에서 2.3%로 줄였다.
텐센트는 무려 20조 원대에 달하는 징둥의 주식 4억5천여만 주를 자사 주주들에게 특별배당 형식으로 나눠줬다.
텐센트의 징둥에 대한 자발적인 지배력 포기는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 당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11월 앤트 그룹의 상하이 증시와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불허한 것을 신호탄으로 거대 기술기업에 대해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馬雲)이 이끄는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은 당시 상하이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사상 최대규모인 약 340억 달러(38조3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제동으로 IPO가 무산됐다.
텐센트는 세계 최대의 게임 회사이자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모바일 결제 앱인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 등을 운용하고 있는 중국 최대의 기술기업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현 시가총액은 약 4조5천600억 홍콩달러(695조 원)로,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