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킷 운영 중단…중국, 마카오 기술허브로 전환 시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가 카지노 사업허가권의 유효기간을 기존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는 등 카지노업계 규제 강화에 나섰다.
중국이 특별행정구인 마카오를 기술허브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앞으로 마카오 카지노업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카오 정부는 지난 14일 카지노 사업 허가권은 기존 6개로 유지하되, 허가권의 유효기간은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고 기간 연장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또한 각 카지노 이사회에 참여하는 마카오 영주권자의 비율을 기존 최소 10%에서 15%로 상향했다.
이와 함께 허가권을 얻기 위한 최저자본금을 2억파타카(약 297억원)에서 50억파타카(약 7천427억원)로 대폭 올렸다.
마카오 정부는 이러한 규정 변화에 대해 "도박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 규제를 개선하며, 도박의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중국 영토 내 유일하게 도박이 합법화된 마카오가 다각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20년 만에 최대 카지노 개혁법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카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45일간 5차례 청문회를 통해 카지노 산업과 관련한 9가지 사안에 대해 여론을 수렴했다.
현재 마카오에서는 샌드차이나, 윈마카오, 갤럭시엔터테인먼트, SJM홀딩스, 멜코엔터테인먼트, MGM차이나 등 6개 업체가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의 허가권은 오는 6월 일제히 만료된다.
앵거스 챈 UBS 애널리스트는 마카오 정부의 발표 이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생각보다는) 유순한 변화와 규제의 명확성 증가로 이번 발표는 카지노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촉매가 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카지노)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최저자본금 50억파타카는 기존 업자들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애초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업체에 정부 대표를 파견해 영업을 감독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는 최종 채택되지 않았다.
홍콩 영문일간 더스탠더는 "카지노는 민간사업인데 정부 대표를 파견한다는 안에 대해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면서 "결국 정부는 해당 안을 폐기하는 대신 카지노업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시의적절하게 발표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마카오 세수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도박을 금지하는 중국은 마카오 카지노업계를 본토 자금 세탁과 자본 유출의 통로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은 세계 최대 도박 정킷 운영사로 꼽히는 선시티(태양성)그룹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앨빈 차우를 체포했다.
정킷은 업자가 카지노와 계약을 맺고 룸을 빌려 도박 테이블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정킷 업자들은 주로 중국 본토 큰손 고객을 마카오로 데리고 와 도박 테이블을 운영하며 수수료를 받고, 이들에게 도박자금을 대출하며 이익을 냈다.
중국 경찰은 차우의 조직이 만든 네트워크를 이용한 본토 고객이 8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우의 체포 이후 마카오에서 모든 정킷 운영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스탠더는 "예상했듯이 정킷은 자본 유출과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영원히 폐쇄됐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정킷이 없으면 마카오 카지노는 도박 수입이 34% 감소하고, 수익은 8%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CMP는 지난달 중국이 마카오를 세계 최대 '카지노 소굴'에서 지역의 기술 허브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마카오에서 집적회로, 신에너지 프로젝트, 인공지능(AI) 등을 육성하고, 설계부터 실험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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