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관위,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출마 저지' 청원 기각

입력 2022-01-17 13:00  

필리핀 선관위,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출마 저지' 청원 기각
시민단체들, 마르코스 '탈세 유죄 확정' 거론하며 반대 청원
선관위, 같은 내용의 청원 여러건 심사중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수십년전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출마 자격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대통령의 아들이 대선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인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청원을 기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민단체 측 변호사들에 따르면 선관위 형사 2부는 이날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선관위에 접수된 여러건의 비슷한 청원 중 한개에 국한된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필리핀의 여러 시민 단체들은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선관위에 잇따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그가 수십년전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는 지난 1995년 법원에서 탈세 혐의가 인정된 데 이어 2년 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행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공직 선거에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이후에도 마르코스는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으며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선관위에는 같은 내용의 청원이 최소 8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한다.
현재 신사회운동당(KBL)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부통령 후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그는 지난해말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봉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와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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