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6천900자 소신표명 연설 땐 두 문장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표현 빠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첫 국회 시정방침 연설 약 1만1천300자 중 한국 언급은 딱 한 문장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17일 오후 일본 정기국회 개회식 시정방침 연설에서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법원의 일제 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따라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대책을 한국 정부에 계속 요구하겠다는 발언이다.
시정방침 연설은 연초 정기국회 개원 때 총리가 한해 국정 방침을 밝히는 연설로, 임시국회나 특별국회에서 하는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과 구별된다.
작년 10월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 8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 때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약 6천900자 분량의 소신표명 연설 때 두 문장이던 한국 언급이 1만3천300자 분량의 이번 시정방침 연설에선 한 문장으로 줄면서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라는 표현이 빠졌다.
일본 총리의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분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작년 1월 18일 국회 시정방침 연설(약 1만1천자 분량) 때 한국 언급은 세 문장이었다.
스가 총리는 당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고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나서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시정방침 연설 때 중국에 대해서는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면서도 "올해가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포함해 러일 관계 전체를 국익에 이바지하도록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 언급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 것은 오는 3월 한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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