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돈을 받고 빈 주사기로 백신을 놔주는 척한 의료진이 잇따라 적발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14일 시칠리아주 팔레르모에서 '가짜' 백신 주사를 놔준 간호사(58)를 체포했다.
경찰이 트위터에 배포한 영상을 보면 팔레르모의 한 접종센터에서 일하는 이 간호사는 백신을 주사기에 주입한 뒤, 반대편 손에 든 휴지에다 백신 액을 짜 주사기를 비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팔에 찌른 주사기는 실제로는 텅 빈 주사기였던 셈이다.
이렇게 가짜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그린패스'(면역증명서·백신패스)를 발급받아 술집과 식당,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 영상은 경찰이 증거 확보를 위해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해당 간호사는 위조와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
이런 방식의 가짜 백신 접종 혐의가 발각된 것은 이 센터에서만 벌써 두 번째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백신 거부론자 수십 명에게 가짜 백신을 접종한 혐의로 또 다른 간호사를 체포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경찰에 사기 행각의 구체적인 방법과 공범의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또 백신 거부론자들에게 돈을 받고 코로나19 음성 결과가 담긴 가짜 증명서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실토했다.
대학생 아들을 뒷바라지할 돈이 필요했다는 게 범행 이유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몇 달 새 이미 수십 명의 의료진이 가짜 백신 접종 혐의로 기소됐거나 조사를 받았다. 의사도 최소 3명이 포함됐고, 건당 400(약 54만원)을 대가로 받은 이들도 있다.
지난 12일에는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에서 체포된 간호사는 최소 45명에게 가짜 백신을 접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신 액은 의료용 쓰레기통에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6일부터 '슈퍼 그린패스' 제도가 적용됐다.
백신을 맞았거나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해 항체를 보유한 사람에게만 그린패스를 발급, 이 증명서가 있어야 실내 음식점과 바, 영화관, 극장, 나이트클럽, 경기장과 같은 밀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만 확인되면 일상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에 비해 한층 엄격해진 것이다.
이에 그린패스를 얻기 위해 위법행위를 하는 백신 반대론자들 역시 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50대 남성이 팔에 실리콘 인공 보철을 착용하고 백신 접종을 시도하다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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