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주러 대사관 근무한 요리사에 "러시아 떠나라"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고조 속에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요리사도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양국이 공관의 외교 인력을 놓고도 갈등을 계속 겪는 와중에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의 음식까지 싸움의 소재로 활용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주러 미대사관 내 부대사의 개인 요리사로 일해온 미셸 미칼렌코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16년간 셰프로 일했지만 비자가 취소돼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적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미칼렌코는 "긴장 고조로 인해 러시아 정부는 대사관의 다른 외교관, 하청 직원들과 함께 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 목록에 나를 올렸다"며 "내가 일하던 부엌을 마지막으로 떠난 것은 이제껏 겪은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간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상대국의 외교관을 맞추방하고 자국 주재 외교 인력을 감축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
2016년 1천200명에 달하던 주러 미 대사관 직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영사 업무는 중단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대사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러시아를 떠나도록 하는 결정을 지난달 내린 상태다.
미 국무부는 미칼렌코의 비자 취소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구체적 언급을 꺼리면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대사관이 효과적으로 외교 업무를 수행할 능력에 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대사관 인력 문제에 대해 선의를 갖고 생산적으로 임하길 촉구한다"며 러시아 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더힐은 러시아 정부가 미국과 외교적 음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놀라운 표적인 외교관의 '위장(Stomach)'을 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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