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현역' 피아니스트 슬렌친스카, 새 음반 발매

입력 2022-01-19 12:15  

'97세 현역' 피아니스트 슬렌친스카, 새 음반 발매
라흐마니노프 마지막 생존 제자로 유명…오는 3월 새 음반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90년 넘게 건반과 함께 살아온 미국 여성 피아니스트 루스 슬렌친스카가 새 음반을 낼 예정이라고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5일 97세 생일을 맞이했던 슬렌친스카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음반사 데카에서 '음악 속의 내 삶(My Life in Music)'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지난해 취입했다. 이 음반은 오는 3월 발매될 예정이다.
슬렌친스카는 이 음반에 스승 라흐마니노프와 좋아하는 음악가인 쇼팽의 곡을 주로 담았다.
그는 새 음반 출시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 내 나이의 피아니스트가 새 앨범을 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지 않느냐"는 말로 감격을 드러냈다.
꼬마 시절이었던 1920년대부터 연주를 시작한 그는 모차르트 이후 가장 걸출한 신동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피아니스트로, 100세를 눈앞에 둔 현재까지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생존해 있는 유일한 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슬렌친스카는 지금도 종종 스승이 자신에게 준 명품 브랜드인 파베르제 달걀 목걸이를 착용하곤 한다.
그의 또 다른 스승인 요셉 호프만, 알프레드 코르토트, 에곤 페트리, 아서 슈나벨 등도 음악계의 전설로 통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인연도 각별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모차르트의 듀엣을 연주했고, 로널드 레이건에게는 '50년 콘서트 경력을 가진 첫 미국 여성'이란 상찬을 들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폴란드계 이민 2세로 출생한 그는 바르샤바 음악원 원장을 지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에게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음악가로 성장했다.
그는 1957년 출간된 자서전 '금지된 유년 시절'에서 부친이 얼마나 엄격하게 자신을 가르쳤는지를 가감 없이 밝히기도 했다.
데카 음반사 공동대표인 로라 몽크스와 톰 루이스는 "슬렌친스카가 첫 공연을 하던 때는 컬러 영화가 나오기 전으로, 겨우 컬러TV가 등장할 무렵이었다"며 "그때부터 9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가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서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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