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작년 10월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원자력 발전소 신증설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 6월 결정할 예정인 탈(脫)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클린(청정) 에너지 전략'에 원전 신증설 정책을 명기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신증설 반대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청정에너지 전략에 이 정책을 담을 경우 올 7월로 잡힌 참의원(국회 상원)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는 올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관저에서 열린 클린 에너지 전략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 목표에 대해 "그 과정은 도전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서 클린 에너지 전략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투자의 가속화 등에 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인 작년 10월 임시국회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에서 클린 에너지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원전 신증설 지지 세력인 집권 자민당 내의 보수계 의원들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기시다 정권에 의한 원전 회귀 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2050년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 제로를 처음 선언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임 총리가 원전 신증설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가 정부가 작년 10월 개정한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에는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정책 방향이 제시됐지만 원전 신증설 정책은 명기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원전 신증설에 대한 일본 내의 부정적 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
교도통신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이어진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9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우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단계적으로 원전을 줄여 제로화(전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전폐해야 한다는 사람(8%)을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원전 정책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정권 내에서 클린 에너지 전략에 원전 신증설을 명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중시하는 참의원 선거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명기 보류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신재생 에너지 활용과 라이프 스타일 전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을 클린 에너지 전략에 원전과 관련해선 차세대 고속원자로(고속로)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추진을 언급하는 정도로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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