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에서 관련 질의에 "납치 문제 해결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통감한다"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이른 귀국을 실현하는 데 각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미일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을 확인할 생각"이라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는 21일 밤(한국시간)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한다.
작년 11월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잠깐 만난 두 정상이 화상 방식이지만 정식으로 회담하는 것은 작년 10월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1970~1980년대 실종된 일부 일본인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후로 정확한 납치 인원과 피해자 생존 여부 및 귀환 문제를 놓고 양국이 대립해 지금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은 12건(피해자 17명)이다.
일본 측은 이들 중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후에 일시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미귀환 상태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12명 중 납치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를 포함한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 때인 2019년부터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은 계속 응하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현재 검토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가 미국 요청에 따른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변칙궤도로 비상하는 미사일 등 (북한 등의) 미사일 관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변화·진화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해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미국 요청에 따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이나 국제법의 범위에서 미국과 일본의 기본적인 역할 분담을 유지하면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연내에 정리할 예정인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 피폭지인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시정방침 연설을 통해 자신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한다면서 각국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관여하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현인(賢人)회의'를 출범시켜 연내를 목표로 첫 회의를 히로시마에서 열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 회의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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