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 정교회의 전통인 주현절(主顯節·공현대축일) 목욕 축제가 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동유럽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열렸습니다.
주현절은 예수가 30번째 생일에 요르단강(성경의 요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대중 앞에 나타나 하나님의 아들로 공인됐음을 기념하는 정교회의 행사입니다.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는 주현절이 1월6일이지만, 정교회는 이보다 2주 뒤인 1월19일을 축일로 기념합니다.
이는 정교회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레고리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을 따르고 있어서 입니다.
이 때문에 정교회의 성탄절은 12월25일이 아니라 1월7일입니다.
주현절이 다가오면 연못이나 개울, 저수지의 얼음을 깨 구멍을 만들거나 성당별로 목욕터를 따로 마련합니다. 이 목욕터의 이름은 요르단강의 이름을 따 '요르단'이라고 부릅니다.
신자들은 1월19일에 최소한의 옷만 걸치고 차디찬 얼음물에 온몸을 담그고 성호를 그어 성삼위일체에 대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이를 세 차례 반복해야 비로소 얼음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정교회가 겨울이 유난히 추운 러시아와 동유럽에 주로 분포하고 주현절이 공교롭게 겨울이 한창인 1월이라 신자들이 몸을 담그는 물의 온도는 영하 20도 정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얼음물 속에 몸을 담가야 해서 바로 옆에서 의료진이 대기하기도 합니다.
해병대 극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이 목욕 축제에 참여하려면 신앙심 못지않게 용기도 필요할 듯합니다.
신자들은 주현절엔 모든 물이 성스럽게 된다고 믿습니다. 엄동설한에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