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에 필요한 과반 지지 확보 실패…"명예로운 출구 모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대통령직에 도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이탈리아 전 총리가 좌파 정당들의 반대로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를루스코니의 선거운동을 도운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IT) 소속 비토리오 스가르비 하원의원은 18일 공영방송 라이(Rai) 라디오에 출연해 "객관적으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면서 "득표 활동은 일단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를루스코니가 당분간 침묵하며 "명예로운 출구"를 고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FI 창당인이자 실질적 당수인 베를루스코니는 작년 말 일찌감치 대통령직 도전 의지를 굳히고 비공식 선거운동에 나섰다.
투표권을 가진 상·하원의원 전원에게 자신의 역대 연설문과 정책 자료를 보내는 등 표심 공략에 애를 써왔다. 최근에는 그가 소유한 미디어그룹 계열 일간지에 전면 인물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FI와 함께 우파연합을 이끄는 양대 극우정당 동맹(Lega)과 이탈리아형제들(FdI)도 지난주 우파 단일후보로 베를루스코니를 밀기로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세몰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애초 베를루스코니의 대통령직 출마를 탐탁지 않게 바라본 좌파 그룹들이 강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과 민주당(PD)은 '베를루스코니로는 절대 안 된다'는 공통의 인식 아래 정치적 중립 후보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개시되는 대통령 선출 투표에는 상원 321명, 하원 630명, 20개 주(州) 대표 58명 등 총 1천9명이 참여한다.
당선되려면 최소한 과반(505표) 확보가 필요한데 베를루스코니가 지금까지 선거운동을 통해 끌어들인 표는 400표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지세 확장성에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자 우파연합 내부에서도 그의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파연합의 대장 격인 동맹 당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당선 가능한 표를 확보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베를루스코니를 압박하며 독자적인 대안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베를루스코니에게 출마 포기 결단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정가의 큰 주목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측도 이를 기점으로 '더는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르비 의원은 베를루스코니가 출마를 포기할 경우 그가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 연임을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7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 초 퇴임하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만, 투표에서 선출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다시 대통령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지 정가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이대로 낙마하면 마타렐라 대통령과 함께 좌·우파 정치인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지를 받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당선이 유력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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