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2002년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당초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발리 폭탄테러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테러조직 지원 등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20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동부법원은 악명을 떨친 폭탄 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 지도부에 속한 줄카르나엔(58)에게 전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발리 테러 혐의는 18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나,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조직원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 테러 정보를 숨긴 혐의 등을 유죄로 판결했다.
줄카르나엔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JI의 군사분야 지도부임은 인정하지만, 발리 테러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JI는 동남아 이슬람 통합국가 건설을 목표로 결성된 이슬람원리주의 단체로, 발리 테러를 비롯한 각종 굵직한 테러의 배후조직으로 꼽힌다.
그동안 줄카르나엔은 2002년 10월 202명을 숨지게 한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와 2003년 8월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카르타 메리어트 호텔 테러 등에 사용된 폭탄 제조와 직접 테러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와 미국은 2002년 발리 테러 이후 줄카르나엔을 지명수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그가 알카에다의 동남아 대표 중 한 명이며 빈 라덴 조직과 연계된 극소수의 인도네시아인 가운데 한 명이라고 보고 2005년 5월부터 알카에다 관련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명문 가자마다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줄카르나엔은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에 합류해 군사훈련을 받고 폭탄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도피 생활 18년여 만인 2020년 12월 수마트라섬 동람풍에서 인도네시아 경찰 대테러 전담팀에 극적으로 체포됐다.
줄카르나엔과 비슷한 시기에 함께 체포된 JI의 또 다른 폭탄 전문가 타우픽 불라가(43)는 작년 12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본명보다 '우픽 라왕가'라는 가명으로 더 잘 알려진 타우픽은 2004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니버스 테러, 2005년 22명이 숨진 술라웨시섬 포소 시장 테러, 2006년 포소의 기독교 여성 1명이 숨진 손전등 폭탄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JI 조직원이 전국에 6천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해 최근 2년간 500명 넘게 검거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