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어 세아베스틸도 지주사 전환 선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국내 대표 철강업체인 포스코[005490]에 이어 세아베스틸[001430]도 20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탄소중립 등 급격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지주사를 정점으로 철강을 다른 사업과 병렬적으로 거느리는 모습으로 지배구조를 바꿔 사업 다각화를 꾀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세아베스틸은 존속회사 세아베스틸지주와 신설법인인 특수강 제조기업 세아베스틸로 물적 분할을 추진한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기존 지주회사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로 이어지던 기업 구조가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로 바뀐다.
지주사 아래 특수강·스테인리스·알루미늄·특수합금·티타늄 등 특수 금속소재 생산 기업들이 병렬적 구조로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포스코그룹도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지배 구조의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 다른 자회사가 놓이는 구조다.
이처럼 철강업체들이 주요 자회사의 지배구조 상단에 지주사를 배치한 것은 저탄소·친환경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여전히 철강이 핵심 사업영역이기는 하지만 경영 환경 변화 속에 철강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예상됨에 따라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차전지나 수소, 에너지 등의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로는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신속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등 산업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가 앞서 지난달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면서 "신설 지주사는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 및 투자관리를 전담하게 된다"고 구체적인 역할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세아베스틸도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세아베스틸지주의 역할로 주력 자회사의 전문적 전략 수립 및 경영 효율성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제시하면서 지주사가 앞으로 전기차 부품 산업, 수소 생태계, 항공우주 산업 등에 사용되는 소재 개발을 진두지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업체들 실적이 매우 좋았지만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한 영향이 있고, 이런 수요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기업들도 안다"며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전환 속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인 철강업도 제품 수요가 다양화·고급화되는 추세여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주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철강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해 다른 자회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지주사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지주사 전환 결정 배경에 대해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소재생산 등에서 경쟁력 및 재무 건전성을 갖춘 세아창원특수강과 세아항공방산소재가 종속회사로 놓여있어 온전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가 세아베스틸과 병렬적 구조로 재편되면서 특수 금속소재 생산그룹으로서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유망 신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자회사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회사 안팎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두 업체 모두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어서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알짜 사업인 철강사업 부문이 신설 철강 자회사로 분리됐다가 나중에 다시 상장하면 지주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물적분할할 철강 자회사의 상장 계획이 없음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세아베스틸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철강 자회사를 포함한 주력 자회사의 추가 상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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