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시 저강도 제재 시사했다 논란…비군사적 공격 가능성 재차 언급
우크라 대통령 "소규모 인명 피해 없듯 소규모 침입도 없다" 우회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강도에 따라 대응 수위가 다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야기된 논란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군대를 동원한 침공(invasion)을 하면 러시아에 재앙 같은 제재 등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소규모 침입(incursion)이라면 별개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발언은 전면전이 아닌 소규모 침입 시 러시아에 어떤 대응을 할지 동맹 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설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도발 시 약한 제재로 대응할 것임을 암시해 러시아에 공격 허가(green light)를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 배경을 재차 설명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집결한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 이는 침공"이라며 이 경우 심대하고 조율된 경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고 러시아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러시아가 명시적인 군사적 행동 외에 다른 수단을 사용해온 역사가 있다며 다른 형태의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준군사조직의 술책이라는 말을 꺼낸 뒤 애매한(gray zone) 공격이나 러시아 군복을 입지 않은 러시아군의 행동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역시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비정규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야기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 후 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러시아는 전술상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하는데, 하이브리드 공격이나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 준 군사작전 등의 시나리오도 동맹국 간에 모두 검토했다"면서 "이 모두에 대해 공동대응을 할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으로 부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에 공격 허가를 줬다는 지적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해명 역시 러시아의 공격 유형에 따라 다른 대응이 있을 수 있다는 전날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어떤 소규모 침입과 작은 나라도 없다는 점을 강대국에 상기시키고 싶다"며 "마치 사소한 인명 피해라는 것이 없고,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작은 슬픔이라는 것은 없듯이 말이다"라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여겨진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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