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총리 유력 관측 속 유임시키려는 움직임도 강해
좌우 주요 정당들, 정치중립적 대안 후보 찾기 주력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제13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중립적 후보 추천을 위한 각 정당 간 막후 협상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오는 24일 선거에 참여할 대의원 1천9명을 소집할 예정이다.
대의원은 상원 321명, 하원 630명, 지역 대표 58명 등으로 구성된다. 대의원 구성에서 보듯 상·하원을 장악한 주요 정당들의 지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의석 분포를 보면 좌·우파 정당 그룹 어느 한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좌·우파 정당 그룹 모두가 동의하는 후보를 내고 투표에 들어가는, 사실상의 합의 추대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이에 가장 부합하는 이는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재임 당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왔다.
작년 2월 총리로 취임한 이래 '좌우 동거 내각'을 원활하게 이끌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 회복 등 난제에 비교적 무난하게 대응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문제는 그가 대통령직으로 옮겨갈 경우 구심점을 잃은 내각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끝내 조기 총선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의회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치러질 조기 총선에 거부감을 느끼는 좌·우파 주요 정당들은 일단 드라기 총리 후보 카드를 보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협상력을 모으고 있다.
동맹(Lega)·이탈리아형제들(FdI)·전진이탈리아(FI) 등으로 구성된 우파연합이 지지를 선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오성운동(M5G)·민주당(PD) 등 범좌파 정당들의 강력한 반대로 힘이 빠진 상태다.
그는 아직 출마 포기를 선언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좌파 정당들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인사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헌정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출신인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부 장관, 글로벌 통신업체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비토리오 콜라오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 장관 등의 비정치권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정당 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정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 연임해 내년 총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다만, 마타렐라 대통령의 퇴임 의지가 워낙 강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는 내달 초 7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민영방송 Sky TG24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65%가 마타렐라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기 총리의 경우 대통령직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의견이 57%,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로 박빙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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