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회담, 돌파구 없었지만 다시 만나기로…정상회담도 열어놔
나토, 우크라에 미국산 미사일 지원…러, 다발적 군사훈련 '맞불'
(모스크바·워싱턴=연합뉴스) 유철종 김경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던 미국과 러시아간 제네바 담판이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다만 양측은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해 당분간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일방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역내 군사적 위기감은 여전히 높아만 가는 양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지만 입장차만 재확인 한 채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다.
회담에서는 문서로 된 안전보장을 제공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와 우크라이나 접경 배치 군대를 철수하고 긴장을 완화하라는 미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양측은 1시간 30분간 이어진 대좌에서 다음 주 미국이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생각과 우려를 담은 서면 답변을 주기로 하면서 일단 파국은 피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담 뒤 단독 기자회견에서 "오늘 주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우려와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분명한 여정에 있다"고 이날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필요하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라브로프 장관도 별도 회견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문서로 된 답변을 다음 주에 주기로 했다"면서 "회담이 건설적이고 유익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러시아·미국 간 안전보장 조약안과 러시아·나토 회원국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 초안을 전달한 바 있다.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데다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어놓으며 약간의 시간은 벌었지만, 우크라이나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당장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유럽의 발트 3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대전차·대공 미사일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구소련 연합에 포함됐다 독립한 이들 3국은 나토 회원국으로,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아래 놓여 있어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닌 동병상련의 처지다.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체코도 이날 국방장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2㎜ 포탄 제공 등 군수 지원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불안정성을 고려, 우크라이나 내 외교관 가족의 대피 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은 물론 서방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에 전력을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잇달아 대규모 지상군과 해군의 군사훈련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북쪽의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집결시키며 내달 중순에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0일엔 보도문을 통해 "1~2월에 러시아 해군 모든 함대의 책임 구역에서 일련의 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해 함대, 발트 함대, 흑해 함대, 태평양 함대 등 4개 함대와 카스피해 소함대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 해군이 한꺼번에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에 140척 이상의 함정과 지원함, 60대 이상의 군용기, 1천 대 이상의 군사장비와 1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참가할 것이라며 서방을 향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예고했다.
러시아가 전방위적으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자 미국은 러시아가 냉전을 되살리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말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안보팀과 우크라이나 해법을 논의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토 주권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들이 지켜내야 하는 근본 원칙들이 있고, 여기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외교적 해법과 혹독한 제재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는 러시아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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