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 본격화…26일 첫 전문가 회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 밤(한국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통해 논의한 여러 의제 가운데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힌 점이다.
기시다 총리는 약 1시간 20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약식 기자회견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등을 책정하고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결의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 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 강화를 위한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7일 일본과 개최한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일본의 근본적인 방위력 강화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표명은 작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정권의 방위력 증강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북한 등의 미사일 문제와 군사적 균형의 급속한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대 전략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이들 문서 개정은 결국 자위대의 전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당장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문제다.
이는 유사시에 적국을 원거리에서 선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겠다는 것이어서 일본 방위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변칙 궤도로 날아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이나 중국·러시아의 극초음속 활공 무기를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제로 막을 수 없다며 타격력(공격력)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가 첫 일격을 가하면 자신들도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억지력으로서 스탠드오프 미사일(장사정 순항미사일) 배치 등을 통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외무상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애초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10월 총선을 거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다시 본격화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커지자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섰고, 그 연장선에서 3대 안보전략 문서의 일괄 조기 개정 방안이 부상했다.
일본 외교·방위 정책의 기본지침을 담은 현행 국가안보전략은 2차 아베 정권 시절인 2013년 12월 처음 만들어진 후로 지금까지 개정이 없었다.
또 대략 10년간 일본 정부가 추진할 방위력 목표 수준을 보여주는 현행 방위대강과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의 방위비 예상치와 필요한 방위장비 수량을 정한 현행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2018년 12월 결정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포함한 총체적인 방위력 강화 구상을 이들 전략 문서에 반영하는 것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일본 정부는 오는 26일 3대 전략 문서 개정을 위한 첫 전문가 초청 회의를 열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 등과 관련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이 회의에는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방위상, 국가안보국장을 지낸 야치 쇼타로(谷?正太?),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등 외부 전문가 3명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보국장,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 마스다 가즈오(?田和夫) 방위성 방위정책국장 등 정부 측 인사가 참석한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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