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모히우딘 박사…의대 동창들 "자랑스러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국에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사상 처음으로 인간에게 이식한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에 독실한 무슬림 의사가 포함돼 그의 고국인 파키스탄에서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슬람 신자에게 돼지는 '하람'이다. '할랄'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뜻하고, '하람'은 무슬림에게 금지된 것을 뜻한다.
23일 파키스탄 매체 돈(DAWN)과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의료계 최초 돼지 심장 인체 이식팀에 파키스탄 카라치 출신 외과 의사인 무함마드 만수르 모히우딘 박사가 참여했다.
모히우딘 박사가 속한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이달 7일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아 유전자 10개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종(異種) 이식 연구 분야의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환자 안전과 동물의 권리 등 윤리적 논쟁과 함께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종교적 논란을 일으켰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돼지로부터 추출된 젤라틴이 들어간 백신도 접종을 거부한다.
이슬람 경전 쿠란에는 "죽은 고기의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과연 무슬림에게 허용된 수술인지, 이러한 수술에 참여한 모히우딘 박사의 행동이 올바른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파키스탄의 저명한 이슬람 율법학자 자베드 아흐메드 감디는 비디오 블로그에서 "내가 보기에, 이것(인체에 돼지 심장 이식)은 무슬림에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반면 파키스탄의 또 다른 이슬람 학자 알라마 시드 하산 자파르 나크비는 "종교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행위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없다"며 "샤리아(이슬람 관습법)에 금지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종이식 연구에 몰두한 모히우딘 박사는 "우리는 18년 동안 돼지를 활용한 이식 모델을 연구해왔다. 그동안 수많은 좌절과 돌파구 찾기를 반복해 마침내 해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무슬림인데 왜 돼지 장기를 이식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돼지는 게놈(유전체) 지도가 완성돼 돼지와 인간이 어떻게 다른지, 장기를 받아들이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만,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2천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이며 이슬람 극우 조직이 활개 치고 있다.
모히우딘 박사의 고향 사람들과 예전 의대 동료들은 그를 감싼다.
1980년대 모히우딘과 카라치 도우의대에 함께 다녔던 친구들은 그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했고, 도우의대 부총장은 "노벨상을 기대할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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