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지역서 몰려와 행진…케네디 전 대통령 조카도 연설
대부분 마스크 안 써…트럼프 지지 깃발·바이든 욕설 구호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일요일인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중심부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습니다.
워싱턴DC의 대표 명소 링컨기념관 앞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들로 가득 찬 겁니다.
상당수가 백인이었고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백신을 대량살상무기에 빗대는 플래카드를 든 이들도 보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손팻말도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는 구호 '렛츠 고 브랜던'도 울려 퍼졌습니다. 아예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놓고 욕설을 하는 구호도 들렸다고 합니다.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왔다는 린지 미커스(38)는 WP에 백신 의무화에 반대한다면서 "내 자녀들이 자유 국가에서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함께 사는 일곱 살 난 딸은 백신을 맞지 않았고 아빠와 사는 열네 살 아들은 백신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뉴저지주에서 왔다는 수잰 로버트슨은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접종자들을 타박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건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백신을) 맞고 싶으면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위행렬에는 작년 1월 의회폭동 사태에 관여한 극단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표식을 단 남성 10여명도 보였습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나치에 빗대 파문을 일으킨 보수 매체 진행자 라라 로건 등 백신 반대 운동의 전면에 나선 인사들이 줄줄이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회 주최 측은 2만 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오후 현재 인파가 그보다는 적어 보였다고 WP는 전했습니다.
WP는 "코로나19가 약 2년간 미국인 86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운데 이날 집회는 이상한 풍경이었다"고 평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맞은 미국인은 2억5천만 명으로 75.5%입니다.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 비율은 63.4%로 떨어집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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