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반영한 임금상승률, 작년 4월 이래 줄곧 마이너스
'인플레 지속' 예상시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 임금이 오히려 줄어 지갑은 더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상승률은 -2.4%로 되려 마이너스다.
지난달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4.7% 올랐지만, 물가가 7% 상승함에 따라 임금 인상분을 상쇄한 결과다.
물가를 감안한 임금 상승률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한 2020년 3월부터 보면 줄곧 플러스를 기록했고, 그해 4월에는 이 비율이 7.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맞물린 큰 폭의 물가 상승이 복병이었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 1년 후인 작년 3월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관리 목표인 2%를 처음으로 넘어선 2.6%를 기록했다.
또 작년 4월 4%대, 6월 5%대, 10월 6%대를 돌파한 뒤 12월에는 7% 수준까지 치솟았다.
물론 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명목 임금도 이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결과적으로 가팔라지는 물가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작년 3월까지는 물가를 반영한 임금 상승률이 플러스였지만 4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연말까지 이 흐름이 계속됐다.
WP는 "수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은 끝에 지난해 임금 상승률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면서도 "강력한 경기 회복이 물가를 끌어올려 많은 미국인이 1년 전보다 더 낮은 구매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경우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본 것처럼 고물가와 높은 임금상승이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주체 간 고물가 기대가 형성되면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노동자는 임금 상승을 요구해 오히려 물가가 더 오르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 상황이 생긴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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