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직접 협상 환영"…로이터 "협상 선결조건으로 석방 내걸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로버트 말리 미국 대(對)이란 특사가 이란이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관련한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말리 특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무고한 미국인 4명이 이란에 인질로 잡혀 있는데 핵 협상을 다시 진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란과 간접적인 방식으로 핵 문제를 놓고 논의 중이고, 인질 석방을 위한 논의도 그런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국이 직접 협상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국제적 약속이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동결 또는 축소하고, 서방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부활하자 이란도 이에 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하는 등 핵 활동을 재개했다.
이란은 작년 4월 초부터 빈에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과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수 차례 진행했다.
앞선 합의를 스스로 파기한 미국은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고 간접 대화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현재 이란에 억류된 4명의 미국인은 이란·미국 이중국적자인 에마드 샤르기(57)와 바게르 나마지(85), 그의 아들 시아마크(50), 이란·미국·영국 삼중 국적자인 모라드 타흐바즈(66)다.
나마지와 그의 아들 시아마크는 2016년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행위 등을 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로이터는 말리 특사의 이번 발언이 핵합의 복원 협상과 인질 문제를 별개로 봤던 기존 미국 입장에서 선회해 인질 석방을 선결조건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국제인권변호사 재러드 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가 핵 협상과 인질은 별개의 것이기에 따로 논의돼야 한다고 여러번 우리에게 전했지만, 미국은 핵 협상만 따로 떼서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핵 협상 없이는 인질 석방을 위한 영향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이란 혁명수비대는 수십명의 서방 이중국적자를 반체제 선동, 간첩 등 혐의로 체포·구금해왔다.
다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란은 자국 국적을 우선해 다른 국적에 해당하는 외교 공관이 제공하는 영사 조력을 받지 못하게 해왔다.
이란이 서방과 외교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란은 관련 주장을 부인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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