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캐나다, 우크라 군사지원…독일, 무기제공 거부
나토, 우크라이나 파병에 신중…러 제재 방안도 이견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상당한 규모의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과 북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는 데 맞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쟁의 포화에 휩싸일 수도 있는 나토 동맹국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주도하는 가운데 영국은 경량 대전차 방어무기 시스템 등 군사장비를 제공했다. 캐나다는 소규모 특수부대를 파견했으며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보안 기술 지원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함과 대공방어 시스템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데 이어 에스토니아가 자국 내에 배치된 독일산 무기인 122㎜ D-30 곡사포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불허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살상무기 수출을 자제하는 것이 독일의 원칙"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요구를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독일의 태도에 "깊이 실망했다"라며 우크라이나 주재 독일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런 와중에 독일 해군을 총지휘하는 카이아힘 쇤바흐 해군총감은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에 사퇴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배제한 유럽 자체의 집단안보 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서 프랑스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유럽은 자체적인 방위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솔직한 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미국 주도의 나토에 의존하지 말고 EU가 협상력을 키워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 동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 침공하는 유사시에 병력 파견을 하는 방안에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군 병력 파견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거리를 둔다. 미국은 대신 발트해와 동유럽 지역의 나토 동맹국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폴란드에 미군 4천명과 나토군 1천명이 주둔 중이고 발트해 국가에도 나토군 4천명이 배치됐다.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영국 군대를 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소속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나토 동맹인 불가리아에 전투기와 군함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방안을 놓고도 미국과 EU 국가 간 입장이 다르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날카로운 칼은 아니다"라며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독일은 또 러시아 제재로 자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을 못하는 사태를 우려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이런 태도에 대해 독일 역사학자 카차 호이어는 워싱턴포스트(WP)에 독일은 러시아의 2대 교역국이고 가스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탓에 러시아의 적대적 군사행동에 맞선 나토의 방어 전선에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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