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예수 1년에 '손절'도 못해…장병규 의장 "책임감 무겁게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게임 업체 크래프톤[259960]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넘게 떨어지면서 우리사주를 받은 이 회사 직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인당 평균 손실 금액이 어느덧 5천만원을 넘었다.
25일 크래프톤이 작년 8월 상장 전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우리사주조합은 총 35만1천525주를 공모가 49만8천원으로 배정받았다.
증권신고서상 직원 수 1천330명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264주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모가 기준 주식 평가 가치는 1인당 1억3천147만원이다.
크래프톤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41.57% 하락한 29만1천원까지 내리며 상장 후 처음 20만원대로 추락했다.
이에 우리사주 평가액은 이날 종가 기준 1인당 7천682만원으로 줄었다. 즉 공모가 대비 1인당 손실 금액은 평균 5천465만원에 이른다.
우리사주 제도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시 발행 주식의 20%를 자사 직원에게 우선 배정해 재산 증식 기회를 주는 대표적인 기업 복지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주가가 공모가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직원 복지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우리사주를 사들인 직원들이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기간이 있어 상장 후 1년간 매도할 수 없다. 이에 직원들은 주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오는 8월까지는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퇴사하면 한 달 후 입고되는 우리사주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으나, 크래프톤 경우에는 주가가 많이 하락해 퇴사하더라도 손절매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우리사주 취득자금 대출을 받은 크래프톤 직원들이다. 일부 직원은 우리사주 매입을 위해 수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약관상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식은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다. 이날 크래프톤 주가는 공모가보다 40% 낮은 청산 기준가 29만8천8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증권금융의 우리사주 취득자금 대출 상품설명서를 보면 담보 비율 하락으로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담보 추가 납부나 대출금 상환으로 담보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담보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증권금융이 고객의 담보 증권을 임의 처분해 대출금 변제에 충당하고, 해당 고객은 담보 증권의 소유권을 상실한다.
보호예수 주식은 반대매매 대상이 아니어서 크래프톤 우리사주는 당장 반대매매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추가 담보 등 주가 급락에 따른 조치가 필요해 직원과 회사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애초 크래프톤의 우리사주 청약률은 20.3%로 상당히 저조했다.
카카오페이(10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97.8%), 카카오뱅크[323410](97.8%) 등 지난해 상장한 대형 공모주의 청약률이 100%에 육박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었다.
직원들의 우리사주 손실과 관련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리사주 참여는 개개인의 결정이기에, 제가 혹은 회사가(경영진이) 무한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사주로 돈을 버시면 좋겠고, 무엇보다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썼다.
그는 크래프톤의 실적 이슈,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 외부 요인, 크래프톤이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점 등이 현재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자체 분석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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