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파 정당 그룹 후보 합의 실패…투표일도 협상 지속
드라기 총리 당선 아직 불확실…정국 불안 우려에 관망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열세 번째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됐으나 예상대로 당선자를 내는 데 실패했다.
이탈리아 의회는 이날 오후 3시 하원 의사당에 대의원들을 소집해 대통령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이 날 투표에는 헌법에 규정된 전체 대의원 1천9명(상·하원의원 951명, 지역 대표 58명) 가운데 976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72표가 백지였다고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공교롭게도 당선자를 내는데 필요한 표의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무효표도 49표에 달했다.
투표용지에 이름이 기재된 후보 중에서는 파올로 마달레나 전 헌법재판소 부소장이 가장 많은 39표를 받았고, 연임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한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 16표로 그 뒤를 이었다.
또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후보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린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장관이 9표, 후보 사퇴를 선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7표를 각각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유력한 당선권 후보로 꼽힌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1표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대거 백지 용지가 나온 것은 주요 정당 간의 후보 천거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대선은 대의원단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하원 의석 구조상 좌·우파 정당 그룹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해 타협을 통한 공통 후보 추천이 필요한 상황이다.
좌·우파 정당들은 1차 투표가 개시된 이후에도 활발하게 교섭하며 지지 후보를 물색했으나 구체적인 이름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현재 판세를 보면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예상되는 정국 불안 등을 이유로 일부 주요 정당들이 후보 천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그의 정치적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탈리아 대선은 공식 후보 명단 없이 대의원이 투표용지에 선호하는 이름을 써내는 방식으로,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매일 지속된다.
1∼3차까지는 대의원 3분의 2(672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선출되며, 4차부터는 과반(505표) 득표자로 당선 문턱이 낮아진다.
현지 정가와 정치 전문가들은 4∼5차 투표일인 27∼28일께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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