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 거래 증가…역삼동서 역대 최고가인 300억원에 계약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서울에서 15억원이 넘는 고가 단독주택의 매매 건수가 지난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5일 연합뉴스가 직방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5억원 이상에 거래된 서울 단독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2천774건(24일 집계 기준)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 15억원을 초과하는 단독주택 매매는 2014년까지 1천건을 밑돌다가 2015년 1천34건, 2016년 1천380건, 2017년 1천635건으로 늘었다. 이어 2018년(2천102건)에 처음으로 2천건을 넘었지만, 이듬해인 2019년 1천828건으로 소폭 줄었고 2020년에 2천404건으로 다시 늘었다.
2020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정부가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지만, 이후 고가 단독주택의 매매는 되레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 '역대급 거래절벽'이 심화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는 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른 돈줄 옥죄기와 금리 인상,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고점 인식, 올해 대통령·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주택 매매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졌다.
서울 단독주택 전체 매매 건수도 지난해 9천39건으로 전년(1만1천264건) 대비 감소했다. 서울에서 단독주택 매매가 1만건 밑으로 내려간 적은 2013년(7천5건) 이후 8년 만이다.
또 최근 거래 침체에 따른 집값 상승세 둔화로 서울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작년 8월 0.43%에서 같은 해 12월 0.32%로 4개월 연속 오름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초고가 단독주택은 거래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지면적 627.4㎡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달 20일 300억원에 매매 계약되면서 서울 단독주택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서울의 종전 최고가는 2014년 11월에 팔린 중구 장충동1가의 대지면적 1천645㎡ 단독주택(291억7천370만원)이었다.
단독주택 매매가 300억원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금액이기도 하다.
앞서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있는 대지면적 2천282.6㎡의 단독주택이 2019년 3월 300억원에 매매된 적이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단독주택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방침으로 세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매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15억원 초과 단독주택 매매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출받지 않아도 되고, 세 부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의 거래는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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