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우크라 사태…돌파구 못 찾고 서방·러 대치 심화

입력 2022-01-25 11:34   수정 2022-01-25 12:21

살얼음판 우크라 사태…돌파구 못 찾고 서방·러 대치 심화
미, 8천500명 유럽 파병 대비 명령…나토도 동유럽 전력 강화
러, 발트함대 훈련으로 맞불…미·영 등, 우크라 외교 인력 철수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차병섭 기자 = 러시아 침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 상황이 점점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대화가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미국에서 유럽 파병 대비 명령을 내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집결하는 등 대치가 격화하는 모습이다.

◇ 미, 유럽 파병 준비·나토, 동유럽 전력 강화…러, 발트함대 훈련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신속한 유럽 배치가 가능하도록 미군 8천500명에 대한 파병 대비태세를 높이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병력은 유사시 나토 신속대응군 지원을 위한 것으로,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 부대 등이다.
커비 대변인은 기존에 배치 준비에 10일이 주어졌다면 이제는 5일 이내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라며 유럽에 이미 주둔 중인 미군이 이동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나토 동쪽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지원 제공 옵션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나토는 동유럽 지역의 병력 강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나토는 이날 동맹국들이 동유럽에 주둔하는 병력에 선박과 전투기를 추가로 보내 억지력과 방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국인 덴마크,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가 동유럽에 군함이나 전투기를 이동 배치 중이거나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는 최근 며칠간의 개별 회원국이 발표한 조치를 요약한 것으로,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대응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나토'라는 이름으로 재차 발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고려한다면서도 병력 파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벨 솔레흐 폴란드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적 지원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영토에 우리 군대를 주둔한다거나, 주둔군을 늘린다는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실전훈련을 위한 발트함대의 출항을 발표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나토의 증강 배치 발표 직후 러시아 발트함대는 소속 초계함 2척이 해상 훈련 참여를 위해 출항했으며, 해병대 대테러팀이 탑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러시아 서부군관구 공보실도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이 훈련을 위해 주둔기지에서 출항해 발트해의 훈련 해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1∼2월에 걸쳐 러시아 해군 모든 함대의 책임 구역에서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해·발트·흑해·태평양 등 4개 함대와 카스피해 소함대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 해군이 한꺼번에 훈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미·영 등 4개국, 우크라 외교관 철수…여행 자제령도
위기 고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등은 현지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자국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인력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우크라이나 출국을 허용했다.
영국은 대사관 일부 직원과 가족이 우크라이나에서 소환되지만, 대사관 중요 업무는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호주 대사관도 직원 일부와 가족에 대한 철수 계획을 우크라이나 측에 통보했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밝혔다. 이에 따라 대사관 직원 일부 철수 계획을 밝힌 국가는 4곳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했고, 영국도 아주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여행을 자제하라고 안내했다. 노르웨이와 프랑스, 호주, 일본도 유사한 권고를 내놨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비판하면서 자국에 52개국 129개 대사관·영사관이 있으며 타국은 철수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EU 외교관 가족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은 대사관 직원 철수 계획이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협상 공회전에 말싸움 가열…전열 정비하는 서방
파국을 막기 위한 물밑 외교 협상이 이어졌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말싸움과 경고가 거듭되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유럽 군사 증강 움직임과 관련,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이라며 대응을 시사했다.
또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인력을 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거짓 정보들을 흘리면서 정보전 히스테리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경고 수위를 높이는 한편, 고위급 대화로 동맹을 다지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 정상들과 80분간 화상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EU 회원국 외교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공격을 가한다면 엄청난 결과와 가혹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다만 외교적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의 외교정책보좌관들이 오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한다. AFP 통신은 러시아 국방장관이 영국 국방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해 곧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nomad@yna.co.kr,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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