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또 경찰이?…횡단보도서 보행자 오토바이로 치어 사망

입력 2022-01-25 12:08  

태국서 또 경찰이?…횡단보도서 보행자 오토바이로 치어 사망
경찰 연루사건 논란 잇따라 비판 여론…亞최고 교통사고 사망률도 재조명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대낮에 경찰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오토바이로 치어 사망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인 교통사고 사망률이 재조명되는 건 물론, 경찰이 관련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이 적지 않은 가운데 '또 경찰이냐'는 비판 여론도 감지된다.
경찰인 노라윗 부어독은 비번이던 지난 21일 오후 방콕 도심에서 외제 오토바이인 두카티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지나던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안과의사인 이 여성은 병원에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며칠 뒤 34번째 생일을 맞을 예정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사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에는 노라윗이 오토바이를 몰고 맨 오른쪽 차선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이 의사를 치는 장면이 담겨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경찰은 노라윗이 교통법 위반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토바이 운행에 필요한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아 최고 수준인 태국의 교통사고 사망율이 다시 조명됐다.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32.7명으로 동남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았다고 현지 매체 네이션은 전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약 2만명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740명이 보행자였다고 네이션은 덧붙였다.
사고를 낸 노라윗은 당시 몰던 오토바이 이름을 따 '두카티 캅(경찰)'으로 언론에 불리고 있다.
그는 자수했다는 이유로 석방된 뒤 사찰에서 피해자의 명복을 빌기 위한 출가 의식을 진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일반인도 짧은 기간이나마 출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경찰 조사 과정에 어떠한 '일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태국 사법 체계에 대한 믿음에 대해 지금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군과 더불어 태국에서 대표적인 '힘 센' 기관으로 인식되는 경찰은 그동안 대형 부정부패 사건에서 자주 거론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고급 외제차인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오라윳은 해외로 도피했는데, 2020년 정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검찰 및 정치인과 함께 경찰 역시 이 재벌 3세에 대한 조직적 비호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지난해 8월에는 현직 경찰서장이 마약 용의자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고문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서장의 월급은 4만밧(약 143만원) 정도였지만, 고급 주택은 물론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가 13대나 있었다.
외제차 가격만 해도 1억 밧(약 36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부패 경찰의 별명은 '조 페라리'였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 직후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경찰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사고 발생 2시간이 넘도록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같은 식구인 노라윗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그가 사고를 낼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지 여부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을 하고 여러 의혹을 부인하는 해명을 내놓는 등 여론악화 차단에 부심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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