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축제' D-10 신냉전 그림자…우크라이나·대만·北

입력 2022-01-25 13:54  

'평화의 축제' D-10 신냉전 그림자…우크라이나·대만·北
미중·미러 갈등 대치선, 베이징올림픽 앞두고 극적 부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5일 베이징동계올림픽(2월 4∼20일)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함께 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대회 슬로건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와 대만 해협, 우크라이나 등에서 최근 갈등과 긴장 지수가 상승하면서 베이징올림픽을 둘러싼 국제 분위기는 '평화의 제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한 탄도 미사일 발사를 올해 들어 4차례 발사한 데 이어 20일에는 2018년부터 중단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
또 러시아의 거듭된 부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가라앉지 않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전운마저 감돈다.
중국은 23~24일 총 52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였다.
당사자 격인 북한, 러시아, 중국은 자신들이 도발을 시작한 것이 아니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상대측 행동에 대한 반작용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의 봉인 해제를 시사하면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군비 태세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문제 삼고 있다.

대만을 영토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무력 시위의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관영 매체를 통해 미·일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대응임을 시사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5일 자 기사에서 중국 내 전문가를 인용하는 형식을 빌려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대거 진입은 대만과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근해에서 실시된 미·일 해군 합동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러시아, 중국의 무력 시위가 공통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 하는 중국, 유라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강화하려는 러시아, 미·중 갈등과 미·러 갈등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북한 등이 마치 '반미연대'를 형성한 듯 거의 동시에 행동에 나서며 미국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
결국 유럽과 동아시아에 각각 드리워진 '미국·나토 동맹국 대 러시아', '미국·일본 대 북한·중국'의 전선이 올림픽을 앞두고 극명하게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과거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거의 없었던 미·소 냉전 시기와 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신냉전'으로 규정하는데 반대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지만, 미국의 영향력 감퇴와 새로 재편되려는 국제 질서의 '주연'을 노리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전이 선명한 대치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부인키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주최국이면서 미·중 갈등의 당사자인 중국은 우크라이나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를 무산시키는 등 지금의 국제 정세 속에서 나름의 행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고위급 회동이 이뤄진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갈등 당사국의 고위 인사들이 만남으로써 정세 반전을 꾀하는 상황은 이미 물 건너갔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정부 고위 인사를 베이징올림픽에 보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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