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자문회의, 과학기술 분야 민간 역량·지혜 집결체 돼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25일 "논문 발표 수, 논문 1편당 피인용수보다 이제 '가치 있는 연구'를 고민할 때"라며 "과학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이런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염 부의장은 이날 광화문 과기자문회의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논문 발표 수, 논문 1편당 피인용수가 과학의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과기 정책의 핵심이 '임팩트 있는 연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자문회의는 국가 중장기 과기정책 방향과 주요 정책을 대통령에 자문하고 심의하는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단장인 염 부의장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의 1∼4기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부의장을 연속 4번 맡는 것은 과기자문회의 30년 역사상 그가 처음이다.
지난 5년간 과기자문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끈 염 부의장은 연구자 중심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기초연구 예산 배분 방식을 과제별이 아닌 학문 분야별로 바꾼 것을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기초연구 예산이 2조5천500억원까지 늘어났는데 이런 기조가 유지됐으면 한다"며 "기초연구 투입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런 방향이 계속돼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부의장 활동 중반기부터 '공공 연구개발(R&D)' 아젠다 발굴에 집중했다"며 "국민에게 중요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거시적인 정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염 부의장은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 정부 부처, 과기자문회의 간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기자문회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위기 현안이 나올 때마다 과기 관계 장관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등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는 조직이 계속 생겨나면서 정책 방향 설정과 실행 논의가 하나의 틀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 전문가가 다양하게 모인 과기자문회의에서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이 잘 결합해야 좋은 결론이 나온다"며 "정부의 과기자문회의 '활용법'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염 부의장은 "과기자문회의가 민간의 최고 수준의 지혜를 모으고 이를 통해 부처를 압도하고 끌고 나가게 만들겠다는 욕망이 있었다"면서 "국가적 과제를 민간에서 추출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주장에 대해 거버넌스 조율의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염 부의장은 "과기부총리가 부활하면 과기장관과 큰 차이점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과기계를 잘 대우하겠다는 정무적 메시지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염 부의장은 "과기부총리가 과학기술 예산권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 역할도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가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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