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포함한 역사 전체 보여주고 인류의 교훈으로 삼아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시민단체는 사도(佐渡) 광산에서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조선인 강제 노역을 역사적 사실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이를 부정하지 말라고 25일 촉구했다.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일본 정부는 전시(戰時) 조선인 강제 노동을 부정하지 말고 인지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이날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전시 노무 동원 정책에 의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약 80만 명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같이 논평했다.
이 단체는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일본 관방부(副)장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도 금광에 관한 한국 측의 독자 주장은 일본으로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이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의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강제 연행됐다는 점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사서에서 이미 인정했고, 경북 울진군 명부나 일본 측 공탁 기록에서 동원된 이들의 규모를 엿볼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강제 동원 부인 시도를 반박했다.
예를 들면 니가타(新潟)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史) 통사편8 근대3'의 '강제 연행된 조선인'이라는 항목을 보면 "1939년에 시작된 노무동원 계획은 명칭은 '모집', '관(官) 알선', '징용'으로 변화하지만, 조선인을 강제적으로 연행했다는 사실에서는 동질"이라는 설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세계유산이라는 것은 특정 시기를 집어내 국가주의적으로 선양하거나 관광 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강제노동 등 부(負)의 역사를 포함한 역사 전체를 보여주고 인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의 역사를 부정한 채로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한다면 그간 (사도) 광산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려고 등록을 추진해 온 관계자나 강제 연행의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려 노력한 사람들과 연행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록 문제에 임할 때 일본 정부는 전시 조선인 강제 노동을 부정하지 말고 인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문화심의회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에 추천할 일본 후보로 선정한다고 지난달 일본 정부에 통지했다.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세계유산) 등록을 실현하는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추천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앞서 보도했다.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제출할 시한(2월 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일본 우익 정치인들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1868년)에 금광으로 유명했고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발간 자료에 따르면 "최대 1천200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으나 실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으며 히로세 데이조(廣瀨貞三) 일본 후쿠오카(福岡)대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적어도 2천명 정도"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측은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까지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 역사를 제외하려고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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