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원 감사"…노르웨이 마지막날 "실질적 요구" 압박
국제사회의 탈레반 정부 인정 문제는 '논란 여지'
(브뤼셀·뉴델리=연합뉴스) 김정은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이후 가진 서방과의 첫 접촉이 3일간의 노르웨이 방문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오슬로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 인권 문제 등이 논의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탈레반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 문제는 논란의 불씨로 남았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과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 대표단은 이번 방문의 마지막 날인 전날 토머스 니클라손 유럽연합(EU) 아프간 특사,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등과 차례로 회동했다.
특히 노르웨이는 이날 회담에서 인권 존중 등을 요구하며 탈레반 압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헨리크 투네 노르웨이 외교차관은 회담에 앞서 현지 매체 NTB에 향후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요구에는 아프간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인도적 지원, 여성과 소수자 등 인권 존중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NTB는 전했다.
탈레반은 노르웨이 외무부의 초청으로 지난 23일 오슬로에 도착했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이래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첫날 아프간 여성 운동가, 언론인 등과 만난 데 이어 24일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관리들과 비공개로 만나 아프간의 인도적 위기 상황과 지원 문제, 포용적 정부 구성, 교육·취업 등 여성 인권 보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 대행이 이끌었다.
마지막 날 회담을 마친 탈레반 측은 서방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타키 장관 대행은 회담에서 EU 등의 지원에 감사함을 표시했고 긍정적인 관계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발키 대변인은 "무타키 장관 대행은 새 정부(탈레반)가 아프간 국민에 닥친 도전을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발키 대변인에 따르면 니클라손 특사 등은 아프간에 지속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 분석가인 아흐마드 칸은 아프간 톨로 뉴스에 "이번 회담은 아프간 정부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무타키 장관 대행도 AP통신에 회담은 잘 진행됐다며 "이번 방문은 우리를 세계에 더 가깝게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슬람 극단주의를 고수하는 탈레반이 '외교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함으로써, 이들을 아프간 합법 정부로 인정할지를 두고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탈레반은 미국이 20년 된 아프간전쟁 종식을 위해 주둔 미군을 철수하던 지난해 8월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며 아프간을 다시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포용적 정부 구성, 소수자와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탈레반을 합법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직 탈레반 정부를 인정한 국가는 없다. 노르웨이 정부도 이번 회동은 탈레반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시위를 벌여온 여성운동가 와히다 아미리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테러리스트와 한자리에 앉아 협상하는 이런 회담을 준비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후 물가 상승, 실업 폭증, 기근 등으로 인해 경제 질서 붕괴에 직면했다. 현지에서는 여성에 대해 여전히 교육, 외출, 취업 등에서 제약이 가해지고 있고 언론 탄압도 이어진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9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아프간 정부의 해외 동결 자산도 풀지 않은 상태다.
탈레반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인정이 있어야 본격적인 해외 원조, 송금, 동결 자산 해제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각국으로부터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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