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2034년 3차례 착륙선 포함한 탐사선 발사, NASA·ESA와 경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과 유럽이 2030년을 전후한 금성 탐사를 추진 중인 가운데 러시아가 토양 시료 채취까지 포함한 야심 찬 금성 탐사 계획을 밝히고 나서 관심을 끌고있다.
러시아 국영 통신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러시아과학원 우주연구소(IKI) 과학담당 책임자인 레프 젤레니는 2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주관련 회의에서 2029∼2034년에 세 차례에 걸쳐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길 바라고 있다면서 세 번째 탐사선은 인류 최초로 금성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네라(Venera)-D 미션을 더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전체 프로그램 중 마지막 탐사선이 금성의 토양을 가져오는 환상적인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구성된 첫 탐사선 베네라-D호를 2029년 발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1년 두 번째 탐사선, 2034년 최종 탐사선을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61∼1984년에 러시아어로 금성을 뜻하는 '베네라'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금성을 향해 모두 28대의 우주선을 발사했으며 이 중 13대가 금성 대기에 진입하고 8대는 표면에 착륙했다.
이를 통해 경쟁을 벌였던 미국보다 앞서 금성은 물론 지구 외 다른 행성의 대기 진입과 연착륙, 이미지 전송 등을 인류 최초로 이뤄내는 성과를 올렸다.
베네라-D호는 옛 소련 붕괴이후 처음으로 보내는 금성 탐사선으로 옛 소련시절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생각도 깔려있다.
지난 1989년 마젤란호를 끝으로 금성 탐사선을 새로 보내지 않아 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30여년 만에 금성탐사 재개를 선언했다.
오는 2028년 금성의 대기 구성을 파악할 탐사선 '다빈치(DAVINCI)+'를 발사한 뒤 3년 뒤에 금성 전체의 화산활동과 지질학적 특성을 탐사할 궤도선 '베리타스'(Veritas)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비너스 익스프레스'(2005∼2014년)가 마지막 금성 탐사선이었던 유럽우주국(ESA)도 베리타스호가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궤도를 돌며 내부 핵부터 상층대기까지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사할 '인비전'(EnVision)호를 이르면 2031년이나 2032~2033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행 여부를 떠나 탐사 계획만 놓고 본다면 금성 표면 착륙까지 포함된 러시아 측 탐사프로그램이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금성은 납도 녹일 만큼 고온인데다 유독성 가스로 가득 찬 혹독한 환경을 갖고있어 탐사선이 착륙해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베네라 7호를 비롯해 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은 23분에서 두 시간 정도밖에 생존하지 못했다.
지구와 크기와 밀도 등이 비슷해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는 금성은 현재 지구가 겪는 것과 비슷한 기후변화를 거쳐 지금과 같은 환경을 갖게 됐을 수도 있어 새로운 우주탐사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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