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 떨어진 일본인 구하려다 숨져…"숭고한 희생"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 씨는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께 신오쿠보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히 선로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려다가 고귀한 목숨을 바쳤습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JR신오쿠보역에는 21년 전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1974~2001) 씨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추모글이 걸려 있다.
26일 오후 신오쿠보역에선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 등 한일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강 대사와 가토리 요시노리 LSH아시아장학회 회장 등 한일 대표 4명은 신오쿠보역 추모글 앞에 헌화한 뒤 사고 현장인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식 참석자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일 관계자 10여명으로 제한됐지만, 한일 양국 취재진 20여명이 몰렸다.
추도식에 이어 인근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류 공연장인 'K-스테이지 O!'에서 한일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문화제가 열렸다.
가토리 LSH아시아장학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이수현 씨를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이 씨가 보여준 희생정신은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LSH아시아장학회는 이 씨의 의로운 행동을 계기로 일본 각계각층에서 모인 기부금으로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일본에서 유학하는 아시아 학생 1천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강 대사는 추도문화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일면식도 없는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보여줬던 26세 평범한 한국인 청년이 발휘한 희생정신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숭고한 마음이 담겨 있다"며 추모했다.
재작년까지는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던 고인의 모친 신윤찬 씨는 한일 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을 방문하지 못하고 영상 메시지로 대신해야 했다.
신 씨는 "매년 1월이 되면, 1월 26일에 신오쿠보에 가서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 설레며 일본행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며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우호를 절실히 바랐던 아들 수현이의 유지를 계승하는 일에 찬동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의인 이수현 추모 행사는 매년 1월 26일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LSH아시아장학회, 아카몬카이일본어학교,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 주최로 열린다.
주최 측은 올해부터 추도문화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해 추모 행사에 음악 연주회와 영화 상영회를 가미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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