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해 전 세계 기니벌레(메디나충) 감염자 수가 단 14건으로 줄어들면서 기니 벌레 퇴치를 평생 사명의 하나로 추구한 지미 카터(97) 전 미국 대통령의 꿈이 거의 이뤄졌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 센터는 전날, 2021년 기니벌레 발병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개국(차드, 수단, 앙골라, 카메룬) 밖에 없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년도 아프리카 7개국 27건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카터 전 대통령과 부인 로잘린 여사가 세운 카터 센터는 개와 고양이 등 동물 감염도 지난해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물 감염이 인체 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카터 센터의 애덤 와이스 기니벌레 퇴치 프로그램 국장이 설명했다.
이 같은 기니벌레 급감은 2년 동안 이어진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가운데 보건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와이스 국장은 "전세계 근 80억 인구 가운데 14명의 인간만 기니 벌레에 감염됐다는 것은 기니 벌레 퇴치 프로그램의 경이로운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카터 센터가 기니 벌레 박멸 프로그램에 돌입한 1986년 당시만 해도 기니벌레 감염자는 21개국에서 350만 명에 달했다.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였지만 중동과 아시아에도 있었다.
약이나 백신을 써야 하는 다른 질병과 달리 기니벌레는 사람들이 깨끗하게 거른 물을 마시도록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뿌리 뽑을 수 있다.
기니벌레의 애벌레는 고인 물속에 있다가 사람이 이 물을 마시면 인체 내에서 성장한다. 그 자체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세계에서 좀더 취약한 계층에 피해를 준다.
벌레는 1년 동안 약 1m 길이로 자라 몸속에서 돌아다니다가 피부 표면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궤양을 만든다. 발이나 다리 등을 통해 튀어나오는 이 벌레를 몸에서 완전히 빼내는 데는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린다.
기니벌레는 1980년대 퇴치된 천연두에 이어 두 번째로 근절되는 병원체 또는 기생충이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은 감염자의 경우 종종 접근할 수 없는 오지에 있어 통제가 가장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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