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고속원자로(고속로) 개발 사업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와 미쓰비시중공업은 26일 미국 테라파워와 고속로 기술에 관한 협력 각서를 교환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테라파워는 미국의 차세대 고속로 개발 사업을 이끄는 벤처 기업이다.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아 2024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34만5천 킬로와트(kW)급 고속로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8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설비 약 40억 달러(약 4조7천600억원)는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가 절반씩 대기로 했다.
각서에는 일본 측에서 고속로 설계를 다루는 미쓰비시FBR시스템도 이름을 올렸다.
고속의 중성자 성질을 이용하는 고속로는 고농도 방사능 폐기물을 줄일 수 있지만 안전성 등에서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속로 냉각재로는 물이나 공기에 닿으면 격렬하게 반응해 다루기 어려운 액체 나트륨이 사용된다.
일본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우라늄과 혼합해 다시 연료로 만드는 핵연료 재활용 사업의 핵심으로 고속로 실용화를 1960년대부터 추진했다.
그러나 후쿠이(福井)현에 건설한 28만kW급 원형로인 '몬주' 배관에서 1995년 냉각재 누출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잇따른 영향으로 2016년 12월 폐로가 결정돼 사실상 고속로 실용화에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상당히 축적했다.
일본 측은 이번 각서에 따라 연료 취급 장치, 파손 연료 위치를 특정하는 시스템, 냉각재 순환 펌프, 방사선 차단 장치 등의 관련 기술을 미국 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이들 기술이 고속로의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해 비밀유지 약정을 함께 체결했다.
양측은 앞으로 미국 측이 공개하는 고속로 설계에 근거해 추가 협의를 벌인 뒤 올여름까지 정식으로 기술 협력 계약을 맺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일본이 보유한 고속로 연구용 실험시설인 '아테나'(Advanced Technology Experiment Sodiumu (Na) Facility) 활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바라키(茨城)현에서 2012년 준공된 아테나는 원자로 없이 고온의 나트륨을 전체 길이 약 200m의 배관에 순환시키면서 온도 변화와 흐름 상황 등을 연구하는 세계 최대급 고속로 관련 시설이다.
일본 측은 앞으로 미국과의 고속로 협력 사업에 히타치GE뉴클리어에너지, 도시바에너지시스템, 후지전기 등 고속로 실험로 '조요'와 원형로 몬주 개발에 관련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원자력 산업 진흥을 도모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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