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회에서 약 400년 전 '마녀사냥'에 의해 숨진 희생자 최대 1천명을 사면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카탈루냐 지방의회는 15∼18세기 '마법사'라는 이유로 처형된 여성들의 명예를 복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유럽 역사학자 100여명이 '그들은 마녀가 아니라 여성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스코틀랜드와 스위스, 노르웨이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나온 바 있다.
카탈루나 지역 역사학술지 '사피엔스'의 캠페인에 이어 추진된 이번 결의안은 의회 내 좌파 정당과 민족주의 정당의 지지를 받았다.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과거 마녀사냥을 '제도화된 여성 살해'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1580∼1630년 5만명 정도가 마녀재판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중 80% 정도가 여성으로 추정된다.
유럽 내 다른 국가와 달리 스페인은 유대교·이슬람교도 등 이단 색출과 종교재판에 더 열을 올렸지만, 카탈루냐에서는 예외적으로 마녀재판이 성행했다.
1424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마법'을 규제하는 법안이 카탈루냐 자치지방 례이다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18세기까지 마녀사냥이 이어졌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은 전통 의술을 행하는 의료인이나 경제력을 갖춘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자연재해, 흉작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죄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카탈루냐 일부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마녀 조사원'을 고용했으며, 조사원 1명에 의해 여성 33명이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이후 진행된 종교재판 과정에서 무고함이 밝혀졌고 해당 조사원은 화형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마녀사냥에 대해 "제도화된 여성 살해"라고 평가했다.
바르셀로나대학 근대사 전공인 파우 카스텔 교수는 카탈루냐에서 마녀사냥이 성행한 배경에 대해 "시골은 봉건영주의 절대 권력 하에 있었고, 자백만으로도 유죄 입증이 충분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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