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까무러칠 것"…전쟁·대러제재 연쇄 악영향
석유·가스·광물·곡물 등 충격…원자재 시장 벌써 불안불안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가스와 석유 등 원자재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품 가격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으로 투자은행인 RBC 캐피털 마켓 원자재 담당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시장은 거의 까무러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은 유럽의 가스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그 파급 효과가 다른 시장으로도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는 원자재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두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또한 전세계 알루미늄과 구리 공급량의 10%를 담당하고 있고 팔라듐의 43%를 생산한다. 팔라듐은 각종 도금이나 화학제품의 촉매로 널리 쓰이는 금속이다.
게다가 밀도 전세계 수출량의 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곡물시장에서도 대형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와 같은 핵심 원자재의 공급이 끊기는 것이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수출과 국제결제 인프라가 막히면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중단은 현실화할 수 있다.
반대로 러시아가 스스로 일부 상품의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을 겁주기 위해 가스 수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같은 불안감만으로도 이들 상품의 가격은 이미 치솟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브렌트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90달러(10만8천원) 이상 오르면서 7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현물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90유로(12만5천500원)로 올랐다. 이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70유로(9만4천원)에서 시작했다.
구릿값도 수년간 기록된 최고가를 여러 번 찍으면서 출렁이고 있다.
가뜩이나 빡빡해진 원자재 시장으로 인해 상품 가격은 전쟁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산업재와 원자재 가격은 동시에 급락한 바 있다.
반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생산재와 원자재 가격이 함께 치솟았다.
예상치 못한 수요 급증과 공급망 마비로 작년 블룸버그 종합 상품 지수는 20% 상승했다.
석유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공급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많은 회원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투자를 줄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등으로 증산 할당량을 채우는 데 버거워하고 있다.
JP모건 원자재 전략 담당 나타샤 카네바는 "전쟁이 발발하면 석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2018년 러시아의 최대 알루미늄 제조사인 루살에 제재를 가했을 때 알루미늄 가격은 크게 치솟은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를 합하면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특히 대규모 밀 재배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인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베라는 "밀에 대한 수요는 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점에서 밀 시장에서 두 나라의 작물이 사라진다면 초유의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 가격은 쉽게 두 배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주요 수입국을 중심으로 밀 사재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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