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부정부패 10년째 제자리…154개국 청렴도 정체ㆍ퇴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전 세계 부정부패 수준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국일수록 부패가 심한 경향이 여전하고 일부 선진국들도 퇴보를 보인 결과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세계 180개국의 작년도 CPI 평균치는 100점 만점에 43점으로 집계됐다.
이런 점수는 10년째 변동이 없는 수치라고 TI는 전했다.
180개국 가운데 무려 154개국(86%)에서 CPI 지수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들 국가에서 지난 10년간 부정부패가 악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개선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TI는 "2021년에도 전체 180개국 가운데 3분의 2가 50점 미만의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빈곤한 국가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한 경향은 여전했다.
가난할수록 부정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공공부문이 부패할수록 나라가 빈곤해지는 악순환에서 탈출하지 못한 결과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CPI 점수가 평균 3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들이 몰려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CPI 점수 평균치(66점)의 딱 절반 수준이다.
장기 집권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6연임 부정선거 논란으로 2020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의 2021년도 CPI 점수는 41점(82위)으로 전년도보다 6점이나 추락했다.
인권운동가 살해 사건이 벌어진 필리핀(33점)과 언론 탄압 논란이 불거진 니카라과(20점), 베네수엘라(14점) 등의 CPI 점수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빈곤국의 부정부패 문제에는 선진국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들 국가에 진출한 선진국 기업들이 뇌물을 뿌리며 공공부문의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에서다.
TI가 작년 발표한 기업의 외국 당국자 매수 행위에 대한 별도의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만이 반부패법을 제정해 적극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외국 당국자 매수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국가 중 상당수가 CPI 점수에서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진국 중에서도 일부 국가에선 부정부패가 악화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25위에서 2021년 27위로 순위가 두 계단 내려가 사상 처음으로 청렴도 상위 25개국에서 밀려났다.
CPI 점수는 전년과 같은 67점이었지만 순위에서는 밀렸다. 특히, 2017년 75점을 기록한 이래 CPI는 하락 추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미국 대선 조작설 주장과 극우단체 큐어넌(QAnon) 등이 주장하는 음모론이 주류로 올라선 상황 등이 신뢰를 갉아 먹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호주와 캐나다도 전년도보다 각각 4점과 3점씩 CPI 점수가 하락했다.
부정부패가 가장 큰 폭으로 악화한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탄압한 국가들이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한국은 2021년 국가별 CPI 조사에서 62점을 받아 전체 180개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CPI 점수는 2016년 53점으로 52위를 차지한 이래 5년 연속 상승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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