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게 법정 다툼 했으면 좋겠다…EU에 좌지우지되면 안돼"
"대우조선 관리, 시장 중심 체계로 개편…조선3사 특화전략 펴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불승인한 것과 관련해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현대중공업그룹이 EU 집행위를 상대로 소송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7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무산시킨 EU 집행위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에 대해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이 조건 없는 결합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EU의 불승인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조선 3사가 모든 면에서 '붕어빵'처럼 경쟁을 하니까 뱃값이 싸졌다"며 "EU의 선주들과 당국은 저가 경쟁에 따른 낮은 선가, 그리고 언급은 안 됐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고가 특허료를 고려할 때 현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회장은 "LNG선 한 척 수주하면 프랑스 GTT사에 5% 특허료를 주고 비용 제하면 영업이익률이 1∼2%인데, 최근엔 강재값이 올라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현 3사 경쟁체제에서) LNG선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대한민국이 좌지우지되고, 따라만 가는 수동적 존재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현중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더불어 불승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까지 세게 법정 다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EU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합병 무산에 따른 대우조선 후속 관리 및 매각 방안에 대해선 3월 초로 예정된 경영컨설팅을 마친 뒤 종합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컨설팅 결과가 나온 뒤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중장기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획의) 스펙트럼은 플랜 B부터 D까지 오픈돼 있다. 핵심은 주인 찾기부터 산업재편이 될 것"이라며 "산업재편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도 관리체계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관리체계로는 곤란하다. 새로운 관리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관 중심의 관리체계에서 시장 중심 관리체계로 가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어떻게 가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산은은 앞서 시장 중심 구조조정 독려 차원에서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047040] 지분을 이관해 매각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 회장은 조선업계의 출혈경쟁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조선 3사가 모든 부분에서 같은 구조를 갖고 경쟁하고 있다"며 "3사가 특화전략을 마련해서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가면 공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3사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조선 3사를 상대로 선수금보증(RG)을 발급할 때 원가율이 90% 이상이면 발급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주를 해도 원가율이 90%를 넘기면 적자가 나기 쉽다"며 "원가도 안 되는 배를 판다는 것은 우리 돈으로 외국 선주와 소비자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국부 유출"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0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은이 벌어서 넣은 돈이지 세금은 1원도 없다"며 "현재까지 대우조선에 총 4조2천억원을 지원했고, 산은이 2조6천억원을 넣었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이상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관련해서 이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에서 제일 안 좋은 구조가 차입매수(LBO) 방식인데 LBO로 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회삿돈으로 인수하고 자기 돈은 안 들이겠다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은 인수대금으로 기존 채무를 어떻게 변제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산은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한다고 해서 에디슨의 사업계획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선 "고객 90%가 한국인이라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우조선과 같은 해외 당국의 불허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해외결합 승인 관련해 한국처럼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데가 어딨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나면 대한항공의 적극적 대응과 더불어 공정위,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의 (외교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대선 후보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정책금융이 우리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지역과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