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 확장 금지' 거부에 러 의회, 군사·기술적 대응 촉구

입력 2022-01-27 17:44  

美 '나토 확장 금지' 거부에 러 의회, 군사·기술적 대응 촉구
상하원 외교위원회 "유럽 인근 새 무기배치, 국제 공조 강화" 주문
"미 동맹국들과 대치하는 북한과의 협력 수준 제고도 검토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의 안전보장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금지를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내에선 상응하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러시아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측으로부터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전달받았지만, 구체적 내용은 미국의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답변에서 나토의 '열린 문'(Open Door) 원칙은 바뀔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가 우크라이나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같은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 위원회 제1부위원장 드미트리 노비코프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나토가 열린 문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이 원칙의 틀 내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은 (미국과의) 합의가 성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제안이 거부됐으며 이는 (러시아가) 앞서 선언했던 계획에 따라 군사·기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응은 종합적이고 다면적이며 다방면적이어야 한다면서 가능한 국내외적 대응 조치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유럽에 가까운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주나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새로운 무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것이 유럽의 정신을 차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 베트남, 남미국가 등과의 협력 강화를 제안하면서 "이 국가들과의 집단안보조치에 관한 협상 개시를 선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비코프 부위원장은 나아가 러시아가 잠재력만큼 높지 않은 북한과의 협력 수준을 더 높일 것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한국·일본과 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국들과 대치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블라디미르 드좌바로프도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에 대한 미국의 만족스럽지 못한 답을 받으면서 러시아는 선택이 자유로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 같은 답변을 예상했었지만, 우리가 스스로 합의를 거부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제 우리의 손은 풀렸으며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 및 정치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근거해 최고사령관인 (푸틴)대통령을 위해 미국과 나토의 높아진 대러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제안서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들과 협의해야 한다"면서 "일단 중국과 그렇게 해야 하고 인도나, (옛소련권 군사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동맹국들, 니카라과·베네수엘라·쿠바 등과도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우리에겐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국가들이 아주 소중하다. 반미, 반나토 입장을 가진 이란과의 관계를 다른 식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란과의 협력 수준을 제고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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