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 매체 바티칸뉴스 편집장 사설로 전임 교황 방어
(바티칸=연합뉴스) 박수현 통신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과거 독일 뮌헨 대주교로 봉직할 당시 사제의 미성년자 성 학대 범죄를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론이 제기된 데 대해 교황청이 베네딕토 16세가 그동안 보여준 관련 대응 노력은 그 나름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 편집장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는 26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토르니엘리 편집장은 가톨릭교회 사제의 미성년자 성 학대가 끔찍한 범죄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베네딕토 16세가 해당 범죄 예방 노력과 피해자들에게 보인 진정성은 평가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때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봉직하며 성직자의 성 학대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매우 엄격한 규범을 반포하고 소아성애 퇴치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점을 상기키셨다. 교황 재위 때는 해당 범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구하려 노력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이어 "베네딕토 16세가 성 학대 피해자들을 만난 첫 번째 교황"이라고 강조하고 "이러한 모든 사실은 잊힐 수도, 지워질 수도 없다"고 썼다.
아울러 뮌헨 대교구 보고서 내용이 사법적 조사도, 최종 판결도 아니라며 이 보고서가 희생양을 찾는 마녀사냥의 도구나 사실 심리 없는 판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뮌헨 대교구 의뢰를 받아 사제의 성 학대 범죄를 조사한 독일 WSW 법무법인은 지난 20일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고 1945∼2019년 대교구 내에서 최소 497명의 피해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운데 60%는 8∼14세 사이의 미성년자였다.
보고서는 특히 베네딕토 16세도 1977∼1981년 사이 뮌헨 대주교로 봉직하면서 최소 4건의 성 학대 사례에 미흡하게 대응한 책임이 있다고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일부 사제는 성 학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사목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더는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할 힘이 없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 년 만의 일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사임 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시국 내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 거처를 마련해 생활해오고 있다.
cel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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