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의무' 폐지 첫날 런던엔 마스크 쓴 사람이 더 많았다

입력 2022-01-28 08:01   수정 2022-01-28 10:35

[르포] '마스크 의무' 폐지 첫날 런던엔 마스크 쓴 사람이 더 많았다
오미크론 대확산에 경계감…긴장 풀었던 지난해 '자유의날'과는 달라
"백신 패스 괜찮아"…마스크 효과 의심 의견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오전 9시 런던으로 가는 기차에는 20명 자리에 13명이 앉았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턱스크'도 아니고 다들 코를 다 덮도록 꼼꼼하게 썼을 뿐만 아니라 효과가 떨어지는 천 마스크는 많지 않았고 덴탈 마스크보다 품질이 좋아 보이는 마스크도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음 역에서 전화를 하며 기차에 오르는 젊은 여성 한 명만이 '노마스크'였다.
영국 잉글랜드에서는 이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백신 패스 사용 등의 '플랜B' 방역 규제가 해제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전의 '자유' 시기로 돌아갔다.

재택근무 권고가 19일 폐지돼 사무실 출근이 늘어나며 아침저녁엔 기차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런던 주재 국내 금융계 인사는 런던 금융가는 이제 약 75%가 출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역시 파견 근무 중인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전면 재택근무에서 하이브리드(재택과 사무실 근무 병행) 근무로 돌아가서 전날 런던 시내 사무실에 나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제 '독감처럼'을 내세우며 2월 입국규제 완화도 예고했고 3월엔 확진자 자가격리마저 없앨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직 하루 확진자가 약 10만명씩 새로 나오는 상황에 대부분은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 19일 '자유의 날'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포함한 봉쇄 규정이 모두 없어지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 당시에도 런던교통공사(TFL)나 철도회사 등은 지금처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지만 '노마스크' 승객이 절반에 가까웠고 그나마도 제대로 갖춰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지하철이 들어올 무렵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하늘색 덴탈 마스크를 꺼내서 쓰면 양호한 편이었다.



이날 런던 남부 최대 기차역인 워털루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이번 방역규제 해제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냈다. 백신 접종이나 백신패스 사용에 관해서는 대개 긍정적이었다.
런던에 놀러 왔다가 서머셋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은퇴한 노부부 피터와 제인씨는 "아직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주의해야 한다"며 "작은 불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등 의무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고선 "그렇다"고 답했다.
피터씨는 "결국은 독감처럼 될 것 같다"며 "우리는 둘 다 매년 독감백신을 맞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신패스 사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상관없다"며 디지털 코로나19 패스 대신에 종이로 된 백신접종 내역서를 꺼내서 보여줬다.

레스터에 사는 40대 직장인 제임스씨는 "재택근무를 하는데 오늘 회의가 있어서 사무실에 나오면서 기차와 지하철에서 계속 마스크를 썼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덜 치명적이라고 나오지만 아직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확진자 숫자를 보면 '독감'처럼 갈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확진자 자가격리 폐지 계획에 관해서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면서 "자가격리도 안하는데 검사를 할 이유가 없고, 그러면 공식적인 감염률이 낮아지고, 무료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고, 새로운 변이가 나와도 파악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갓난 아들을 데리고 기차를 기다리던 새러(32)씨는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나 백신 패스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확진자 자가격리 폐지에 관해서는 "'위드코로나'를 해야 하는데 자가격리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다들 마스크 쓰고 백신을 맞으면 자가격리를 없애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셰어와 로나라는 이름의 런던에 사는 20대 여성들도 마스크 착용에 긍정적이었다.
로나씨는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의무로 해야한다"고 말했고 싱가포르 출신인 셰어씨는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이 코로나19 취약군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써서 서로 보호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테크 회사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직장인 라먼씨는 의견이 다소 달랐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조심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알지만 마스크가 감염을 막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마스크 착용을 각자 선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가 마지막 큰 유행이고 앞으로 코로나19는 일반 감기처럼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백신패스에 관해서도 그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나는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접종을 강요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워털루역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워털루역이 실내가 아닌데다가 음식을 먹는 중인 경우도 있었다.
단,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독일에서 남자친구를 만나러 온 미셸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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