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카스트로 대통령 임기 시작…미 부통령·대만 부총통 참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미 온두라스의 첫 여성 대통령인 시오마라 카스트로(62)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카스트로 신임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구시갈파 국립축구경기장에서 3만 명가량의 인파와 외국 대표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카스트로 대통령은 좌파 자유재건당의 후보로 지난해 12월 대선에 출마해 51%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2013년, 2017년 대선에서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한 후 세 번째 도전에서 거머쥔 승리였다.
국민의 변화 열망을 자극하며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카스트로 대통령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취임식을 앞두고 여당의 분열 속에 극심한 정치 위기가 펼쳐진 탓이다.
대선 기간 카스트로 대통령은 부통령 러닝메이트 살바도르 나스라야가 이끄는 온두라스구원자당과 손을 잡으면서 구원자당 소속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앉히겠다고 약속했다.
중도 성향 구원자당과의 연합은 카스트로의 대선 승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약속대로 구원자당 소속 루이스 레돈도가 국회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당 국민재건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21일 국민재건당 소속의 호르헤 칼릭스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우파 국민당도 칼릭스를 지지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반란파 의원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비난했고, 남은 여당 연합 의원들은 예정대로 레돈도를 의장으로 내세우면서 결국 '한 국회 두 의장' 사태가 벌어졌다.
카스트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부패와 범죄 척결, 빈곤 해소 등을 이행하기 위해선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국회 혼란은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날 취임식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참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온두라스인들의 미국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카스트로 대통령과 논의할 예정이다.
카스트로 정권이 좌파 성향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민과 마약범죄 문제 등에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임 정권보다 더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 검찰로부터 마약범죄 연루 혐의를 받고 있다.
눈길을 끈 또 다른 취임식 참석자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이다.
온두라스는 대만의 14개 남은 수교국 중 하나인데,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기간 대만과의 단교 및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언급해 대만은 물론 미국까지 긴장시켰다.
그러나 당선 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이어간다며 말을 바꿨고, 취임식에 대만 총통을 초청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전날 라이 부총통을 만난 후 대만이 보여준 지지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관계가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대만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취임식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의 접촉 가능성도 주목을 받았으나 일단 정식 회담 자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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