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정상 통화 관련 우크라 관리 인용 보도…백악관 "거짓 정보"
바이든 "침공 확실"…젤렌스키 "위험하지만 모호, 메시지 가라앉히라"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전화 통화에서 견해차를 드러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는 CNN에 양국 정상의 이번 통화는 길고 솔직했지만 "잘 진행되지 않았다"며 러시아 침공의 '위험 수준'(risk levels)을 둘러싸고 이견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익명의 소식통이 거짓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이 같은 우크라이나 관리의 전언을 부인했다.
이 우크라이나 관리에 따르면,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시점에서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이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아주 큰 군사지원을 받지는 못할 것이며, 미군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관리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전에 러시아에 대해 사전 제재를 가할 계획은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한 진전도 없다고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은 '위험하지만 모호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러시아의 공격이 실제로 일어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밀리 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혼 대변인은 CNN에 "익명의 소식통이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확실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해왔고, 우리는 이런 가능성을 수개월 동안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에 더 보태거나, 이와 다른 보도는 완전히 오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변인 역시 정국 정상의 통화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의 발언을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손수 올린 트윗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긴 통화를 해 "긴장 완화를 위한 최근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논의했으며 향후 (러시아의 위협에)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미국의 군사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 가능성 또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 개인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준 데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러시아의 공세 억지를 위한 국제사회 결집을 주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살상무기를 포함한 군사지원을 해주는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시하고, 미국-우크라이나 방위 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우크라이나 간 이견에 대해 전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이날 정상 통화에서 상당히 더 많은 군사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되지는 않을 것임을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다소 다른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려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면서 "메시지를 가라앉히라"고 촉구했다고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4자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우크라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달리 보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4개국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모색하는 회담을 열고 친러시아 분리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측 한 소식통은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수의 관객'을 앞에 두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다는 인식이 백악관에 존재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도움을 원하지만,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음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장해야 한다. 어려운 균형잡기"라고 CNN에 말했다.
한편, 미 국가안보 관료는 장장 1시간 20분에 걸친 양국 정상 간 이날 통화가 "길고 진지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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