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와 전쟁 원치않아" 거듭 주장…"美 답변이 나토보단 낫다" 평가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운을 둘러싸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스푸트니크 통신을 비롯한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이익을 무례하게 침범하고 무시하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의 서면 답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東進) 금지 확약 등과 같은 핵심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전혀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차적 문제와 관련한 '이성적 알맹이'들도 있긴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긍정적 내용의 예로 중·단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 동결, 러-서방의 상대편 인근에서의 훈련 금지, 전투기 및 함정들의 근접 허용 거리 조율 등을 들었다.
그는 "만일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러시아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서방과의 안전보장 조치에 합의하지 못하면 러시아가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나마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의 서면 답변이 나토가 보낸 답변보다는 낫다는 평가도 했다.
그는 "나토가 보낸 문서에 비춰볼 때 미국의 답변은 거의 외교적 예의의 전형에 가깝다"면서 "나토의 답변은 너무나 이데올로기화돼 있고 동맹의 임무와 사명에 대한 우월감 등이 반영돼 있어 이 문서를 쓴 사람에 대해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의 정권을 러시아 혐오주의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중요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아니다"면서 "그들에겐 러시아 주변 긴장을 고조시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 중국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과 나토 측에 각각 러시아·미국 간 안전보장 조약안과 러시아·나토 회원국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문서 초안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미국과 나토는 지난 26일 서면 답변을 러시아 측에 회신한 바 있다.
문서에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진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로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답변에 알맹이가 빠졌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요한 문제는 나토의 추가 동진과 러시아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 무기 배치가 불가하다는 러시아의 분명한 입장"이라면서 여기에 대해 미국이 긍정적으로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해당 답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수주 안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길 기대한다면서 후속 회담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서면 답변을 전달하면 다시 만나기로 한 상황이다.
cjyou@yna.co.kr,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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