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잔치 끝나…목표 수익률 낮추고 안정적 투자 필요"
금·배당주·리츠·고금리 예적금 추천…금리상승 위험 회피 상품도 대안
"시장에 남아 기회 노릴수도"…"현금 있으면 점진적 분할 매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각국의 긴축 움직임이 가속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떠받친 자산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주가와 채권, 원화값이 떨어지고 부동산시장도 하락기로 접어들었다.
밤잠을 설치며 시장 탈출과 잔류, 갈아타기 전략을 놓고 고민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투자 전략가들은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전 세계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안정적인 투자 전략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 증시 약세장 진입…금·달러만 올라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하락 전환하면서 불과 한 달 새 시장에선 약세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1월에 각각 10.55%, 15.58%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장중 2,591.53까지 저점을 낮췄고 원/달러 환율은 1,207.4원까지 뛰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2.217%로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주식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고점 대비 20%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코스피의 확정 주가 순자산비율(PBR) 1배는 2,630에서 2,490으로 낮아졌다"며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2,800선 회복을 시도하고서 2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뜨겁던 부동산시장도 식기 시작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 대비 0.01% 하락하며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전망해온 전문가들도 허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초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면서 거래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상반기까지 시세보다 싼 매물만 팔리는 '급매물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오른 것은 금값과 달러뿐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최근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온스당 1천800달러(약 218만원) 가까운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금 가격은 올해 안에 온스당 2천120달러까지 올라 2020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2천72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자산 가격 하락기 투자전략은…"욕심 버리고 안정적으로"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 하락기에는 투자전략을 안정적, 보수적으로 짜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자산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제시하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006800]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이사)은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유지하지 말고 안정형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올해는 경기 둔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의 저점 매수에 나서더라도 목표 수익률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증시 단기 반등 국면에서 짧게 매매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반등 때 주식 비중을 조절하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시장이 과매도 영역에 있다며 공포 매도에 동참하기보다 시장에 남아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라고 제안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대외 위험은 2018년과 같이 국내 기업의 실적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미중 무역분쟁과 다르다"며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256조원으로 작년보다 8∼9%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증시에 공포 매도(패닉 셀링)에 동참하기보다 보유 전략이 유효하고 현금이 있으면 이달에 점진적 분할 매수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탈출이나 잔류전략 중에선 잔류가 낫다"며 "낙폭이 커질 만큼 커져 추가 하락보다 저가 매수 심리가 강해질 수 있는 국면으로 시장에 남아 기회를 엿볼 시기"라고 강조했다.
◇ 기준금리 인상기…투자 유망 자산과 주식은
각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선 유동성이 회수되는 만큼 자산 투자로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달러와 금과 같이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정상화 국면에선 중앙은행 중심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수 없어 주식 등 대부분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선 투자자들이 통화 긴축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을 바꿔 금이나 배당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ETF 'SPDR 골드 셰어스'에 순유입된 자금은 지난달 21일 16억달러(약 1조9천384억원)로 일일 기준 역대 최대에 달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주식 중에선 리츠, 배당성장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중에선 금리 상승에 유리한 은행이나 보험 같은 금융 종목이 유망하고, 고평가 성장주는 피하라"며 "고금리 예·적금이나 리츠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암 메리츠증권[008560] SRT팀장은 "금리 상승 위험을 회피하는 상품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미국과 국내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국고채를 추종하는 인버스, 인버스 레버리지(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도 있다"고 밝혔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