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라비다] 과테말라에서 '더 나은 지구촌' 만드는 한국인들

입력 2022-01-31 07:22  

[비바라비다] 과테말라에서 '더 나은 지구촌' 만드는 한국인들
봉사단으로 시작해 코이카·국제기구 등에서 개발협력 분야 활동 계속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박유인(32) 씨는 에콰도르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으로 근무하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만났다.
각국 봉쇄령 속에 하늘길도 속속 끊기자 코이카는 봉사단원들에 귀국 조치를 내렸고, 박씨도 임시 항공편으로 2개국을 거쳐 귀국했다.
첩보작전 같았던 험난한 귀국 여정이 여전히 생생하지만, 박씨는 지난해 또다시 중남미로 날아왔다.
현재 과테말라에서 코이카 개발협력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 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봉사활동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고, 개발협력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었다"고 두 번째 중남미행의 동기를 말했다.

중미 과테말라엔 박씨처럼 봉사단이나 인턴으로 개발협력 분야에 발을 들인 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
역시 코이카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 이동현(40) 씨도 온두라스에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던 중 코로나19로 철수했다 다시 과테말라행을 택한 경우다.
코스타리카에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했던 윤용석(42) 씨는 엘살바도르를 거쳐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과테말라지부에서 근무 중이다.
윤씨와 엘살바도르에서 만나 결혼한 박인선(37) 씨도 에콰도르에서 코이카 인턴으로 시작해 페루, 엘살바도르를 거쳐 과테말라에서 생태복원 분야를 공부하며 개발협력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격상한 한국의 개발협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처음 봉사단원이나 인턴 신분으로 먼 중남미까지 오게 된 사연은 다양하다.
처음부터 개발협력이나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 뚜렷한 소명 의식을 품은 이가 있는가 하면 해외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혹은 일종의 도피 수단으로 해외봉사를 택한 이도 있다.
첫 동기가 무엇이었든 몇 년의 활동으로 중남미와 개발협력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커져 더 깊이 있게,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직업 군인과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었을 때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처음엔 해외생활에 대한 동경과 설렘도 없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고민하고 배우면서 점차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윤용석)
"봉사활동은 선한 일이라기보다 시민으로서의 마땅한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다 코이카를 알게 되고 국가와 국가의 합의에 따른 봉사활동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박유인)
개발협력 현장은 대부분 개도국이고, 개도국 생활에는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치안은 좀처럼 적응이 쉽지 않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상쇄하는 무언가가 이들을 계속 중남미로 오게 만든다.
"현지 친구들, 그리고 다른 선진국에서 파견돼 같은 분야에 매진하는 친구들을 알아가면서 다양한 인생관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특히 보람을 느낍니다."(박인선)
"이해할 수 없는 행정절차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겪을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내가 해야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죠."(윤용석)

원조 공여국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잘 사는 지구촌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들은 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고,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하던 것처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해외봉사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의 입지가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공여국의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이동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개별협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긴 부족합니다. 사업의 수혜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진정성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역사회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박인선)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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