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시 국제사회에 맞서 北 옹호하기 큰 부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이 지난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 발사를 통해 무력 시위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중국도 곤혹스럽게 됐다.
이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북한의 행동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본토를 사정 안에 두는 ICBM 시험 발사 카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중국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추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무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국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면서까지 북한을 감쌀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일단 중국은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각국에 자제를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응을 예의주시하는 듯한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북한의 발사 당일인 30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보내온 답변에서 "관련 각측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국면에 착안해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대화와 협상의 바른 방향을 견지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는 데 공동으로 힘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간단히 사실관계를 전하는 수준에서 보도할 뿐 북한의 이번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국민적 관심을 요하는 사안으로 키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가적 중대사인 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 데다, 심지어 발사체의 '급'을 높인 상황이 중국으로선 곤혹스러울 것으로 추정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생각할 것인데, 공개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해 자제하는 것이겠지만, 중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북한에 어떤 형태로든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미중·미러 관계의 최근 심각한 악화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공동 대응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을 북한이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ICBM 발사까지 내달릴 경우 중국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미국의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관측한다.
우선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97호)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할 경우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안보리 결의상 대북 정유제품의 공급 한도는 연간 50만 배럴, 원유 공급량은 연간 400만 배럴로 각각 묶여 있는데,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이 같은 공급량을 더 줄이는 추가 제재 논의에 들어가게끔 돼 있는 것이다.
중국이 대북 유류 제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경제 분야 대북 지렛대를 훼손하는 안보리 논의에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책임 있는 대국'임을 표방해온 중국으로선 자신들의 국제적 위신과 대북 영향력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으로선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가 무산될 경우 미국이 이를 명분 삼아 동아시아 군비 대응 태세와 한국·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더욱더 강화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대만 문제로 대미 관계에서 긴장이 팽팽한 터에 미국이 대북 대응을 명분으로 한반도 주변으로 전략 자산을 전개하는 상황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중국은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 미국이 최초 요구한 제재 수준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대북 추가 제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