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 제출…한일 논쟁 예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UNESCO)에 추천한다.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이날 열리는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공유한 후 정식으로 확정하고 추천서 등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다.
제출 시한은 세계유산센터가 있는 프랑스 파리 현지 시간으로 1일이며 추천서 등의 자료는 한국시간 1일, 늦어도 2일 오전까지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28일 표명했으며, 일본 외무성 등은 세계유산조약 관계 성청(省廳) 연락 회의를 열어 사도 광산 추천을 위한 내각의 승인을 요구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사도 광산은 일제 강점기에 다수의 조선인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한 현장이며, 세계유산 추천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추천서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의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선 사도시와 니가타(新潟)현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 대상 기간이 에도 시대(1603∼1867년)까지로 돼 있어 일제 강점기가 제외됐다.
일본 정부는 강제 동원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을 "한국 측의 독자적인 주장"이라고 규정하고서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도록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반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역사 싸움을 걸어온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사실상 우익 세력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의 시도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회원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장소를 관련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인류 공동의 유산 보존과 평화 증진이란 세계유산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 아니라 관련 국가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또다시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일본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도 광산의 등재 여부는 내년 여름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한국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가 한국과 일본이 이 문제에 관해 양자 협의를 하도록 촉구하고 이로 인해 심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을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강제 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약속 불이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문제 삼고 있으며, 이는 사도 광산 등재 심사에서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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