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면답변서 러 핵심요구 거부…미사일 검증 등 군축 제안(종합)

입력 2022-02-03 00:33  

美, 서면답변서 러 핵심요구 거부…미사일 검증 등 군축 제안(종합)
스페인 매체, 문건 입수해 보도…나토, 개방정책 유지 재확인
우크라 긴장완화 상호 조처 제시…루마니아 등 미사일기지 검증 제안
푸틴은 "핵심 요구 고려되지 않았다"면서도 대화 통한 해결 언급


(워싱턴·런던=연합뉴스) 류지복 최윤정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핵심 안전보장 요구 사항을 거부하고 상호 군축과 신뢰구축 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난주 러시아에 보낸 12쪽 분량의 기밀문서 2건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5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와 러시아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했고, 미국과 나토는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이에 대한 답변을 러시아에 보냈다.
미국과 나토의 입장이 당국자 브리핑이나 언론을 통해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문건 형태로 전면 공개되진 않았다. 엘 파이스는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엘 파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은 문건에서 "나토의 개방정책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못 박았고, 나토도 모든 나라는 안보를 위해 각자 합의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과 나토는 또 유럽의 안보에 관한 양자 합의에 서명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엘 파이스는 전했다.
대신 미국과 나토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러 전략적 안정 대화, 나토·러시아 협의회 등 다른 기구를 통해 군축과 신뢰 구축 협상을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 협상이 성공하려면 먼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한 군사적 위협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지상발사 미사일 시스템과 전투임무를 지닌 상시군 배치를 자제하는 합의를 조건으로 상호 투명성 조처를 할 것을 제안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명이 넘는 군대를 배치한 것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은 선의를 갖고 러시아와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단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군축 논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있는 나토의 미사일방어(MD)시스템 기지에지상공격용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음을 러시아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미국도 러시아 영토 내 2곳의 미사일 발사 기지에 대해 똑같은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미사일 기지에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의심을 제기했지만, 미국과 나토는 이를 부인해 왔다.
미국은 이런 제안과 함께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경우 동유럽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았다.

나토는 서면 답변에서 러시아와 관계 재구축, 각자 대사관 재개설 등을 제안하면서 나토는 러시아와의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긴급 상황을 위한 민간 핫라인 개설,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증진을 위한 군사 연락 채널의 완전한 활용 등 신뢰 구축 조처를 문건에 담았다.
나토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감과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 자제 등도 요구했다.
엘 파이스가 이날 공개한 문건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와 관련해 핵심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는 미국 등 서방의 기존 설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공이 러시아 코트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의 길로 나설 것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방의 답변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요구한 핵심적 요구가 적절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해소를 위한 서방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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